
'주몽'과 '하얀거탑' 이후 한동안 주춤하더니 이번엔 '커피프린스 1호점'이다. 예전 '사랑이 뭐길래' '여명의 눈동자' '장미와 콩나물'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대장금' '질투' 'M' '왕꽃선녀님' '인어아가씨' '조선왕조오백년' 등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 얘기다.
지난 3일 겨우 제2회가 방송된 이윤정 PD의 '커피프린스 1호점'은 무엇보다 영상에 관한한 좀더 개혁적이고 모험적이었던 MBC 강점을 재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윤은혜의 남장 여자 역도 눈길을 끌지만, 남성 정장을 수차례 갈아입는 장면에서 보여준 CF적 미장센이야말로 2005년 '태릉선수촌'의 이윤정 PD의 힘인 동시에 시대 취향을 적확히 읽어내는 MBC 드라마 PD들의 저력이다.
사실 '수사반장' '한지붕 세가족' '전원일기' '대장금' '상도' 등 수많은 국민드라마를 쏟아냈던 MBC 드라마는 최근 수년간 3가지 패턴을 보여왔다.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마니아 드라마거나. 그만큼 기복이 많았고 편차가 심했다는 것이다. 실력이 들쑥날쑥한 드라마 외주제작사의 영향일 수도 있다.
최근 3년간만 따져보자. 월화드라마의 경우 2004년 4월5일 첫방송했던 이서진 이은주 주연의 '불새'(연출 오경훈)가 대박을 쳤고, 이어 차인표 전광렬 주연의 '영웅시대'가 그럭저럭 선전을 했고, 김재원 유진 주연의 '원더풀 라이프'가 재미를 못봤다.
이어 '환생-NEXT'를 거쳐 김성수 정혜영 김상경 한고은 주연의 '변호사들'(2005년 7월4일 첫방송. 연출 이태곤)은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탄탄한 드라마적 구성력과 캐릭터의 힘으로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한지혜 김석훈 주연의 '비밀남녀'로 한 템포 쉰 MBC는 곧 남상미 이주연 데니스오 주연의 '달콤한 스파이'(2005년 11월7일. 연출 고동선)로 또한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곤 '늑대'의 제작무산과 '내 인생의 스페셜'의 땜방편성. 이후 MBC 월화드라마는 방송 내내 꾸준한 인기를 얻은 정려원 김래원 주연의 '넌 어느 별에서 왔니'로 몸을 푼 후, 최근 수년내 최고의 걸작을 내놓았다. 바로 국민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송일국 한혜진 김승수 전광렬 주연의 '주몽'(제작 초록뱀미디어, 올리브나인)이다. 2006년 5월15일 첫 방송해서 올해 3월6일 막을 내린 이 드라마는 한창 잘 나갈 때의 '드라마 왕국' MBC의 명성을 확실히 회복시켰다.
수목드라마도 비슷한 진행과정을 보여왔다. '황태자의 첫사랑' '아일랜드' '12월의 열대야' 등 고만고만한 작품을 만들어오다 김희선 권상우 연정훈 주연의 '슬픈연가'로 대박을 꿈꿨으나 이는 희망사항에 그쳤다. 잘 알려진대로 송승헌의 군입대 문제로 주인공이 바뀌는 수난을 겪은 이 무렵이 2005년 1월에서 3월이었다.
그러다 수-목요일에서도 대박이 연이어 터졌다. 바로 에릭 한가인 오지호 주연의 '신입사원'(2005년 3월23일 첫방송. 연출 한희)과 김선아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 주연의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 7월1일 첫방송. 연출 김윤철)이다. 두 작품 방송 당시의 열기와 반응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이후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가을소나기' '영재의 전성시대'로 별 재미를 못보다 '궁'이라는, 도저히 황인뢰 PD의 작품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윤은혜 주지훈이 빚어낸 이 드라마는 극중 말풍선 도입 등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철저히 무시하며 파격에 파격을 거듭했고 그 중독성은 결국 크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나온 작품은 평가가 크게 엇갈리긴 하지만 '어느 멋진 날' '여우야 뭐하니' '90일 사랑할 시간' '고맙습니다' 등 폭발적인 대중성보다는 마니아적인 드라마로 명맥을 이었다. 그 사이 여러모로 화제를 모으며 출발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궁S'는 누가 뭐래도 MBC 체면을 구긴 작품이었다.
주말드라마(편의상 오후 9시 뉴스데스크를 전후해 1, 2로 나누자)도 기복이 심했다. 주말드라마 1의 경우 '장미의 전쟁'(2004년 3월20일 첫방송)이나 '한강수타령'(2004년 10월2일 첫방송)으로 폭발적은 아니더라도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떨리는 가슴' '사랑찬가' '결혼합시다' '진짜진짜 좋아해' '누나' 등 다른 작품은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주말드라마 2의 경우도 기대했던 '제5공화국'(2005년 4월23일 첫방송)이나 '신돈'(2005년 9월24일 첫방송)이 MBC 팬들을 실망을 시켰고, 이어 한채영 강지환 주연의 '불꽃놀이', 유호정 정웅인 주연의 '발칙한 여자들'도 별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최고의 대박이 났으니 바로 지금도 여운이 남은 한예슬 오지호 주연의 '환상의 커플'(2006년 10월14일~12월3일)이다.
그 다음엔 주조연 할 것 없이 '신들린 연기'를 선사한 김명민 이선균 주연의 '하얀거탑'이 열혈 남성팬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에릭 정유미 이규한 주연의 '케세라세라'도 전작엔 못미쳤지만 나름대로 폐인들을 TV앞으로 불러모았다.
여기까지. 이제 다시 공은 윤은혜 공유 채정안 이선균의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요즘 MBC 드라마 분위기는 대중적으로는 '하얀거탑' 이후, 골수팬들 입장에서는 '고맙습니다' 이후 이래저래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은 아직 평가가 양분되고 있으니 차치하고라도, 주말드라마 '문희'와 '에어시티'가 제몫을 해주지 못하는 건 확실하다.
'궁'의 윤은혜, '하얀거탑'의 이선균 김창완,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자옥 등이 이윤정 PD 이름으로 뭉친 '커피프린스 1호점'이 또한번 MBC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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