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드라마 최초로 내시의 삶을 전면으로 다룬 SBS 대하사극 '왕과 나'가 시청률이 상승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뮤지컬배우 출신 오만석이 연기하는 주인공 김처선은 조선4대 세종, 혹은 5대 문종에서부터 10대 연산군까지 조선전기 여러왕을 모신 환관으로 알려져있다. 생년은 알려져있지 않으며 직언을 잘하는 충신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배와 복직을 되풀이했고 1505년 연산군에게 잔인하게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충신으로서의 내시를 대표할 만한 처선은 조선시대를 다룬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등장했으나, 주로 왕의 주변을 맴도는 인물로 연산군의 만행의 대상으로서 그려졌을 뿐이다. '왕과 나'는 내시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고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왕과 나'에 앞서 처선의 비중이 컸던 작품은 영화 '왕의 남자'(2005)다.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남사당패의 이야기를 그린 이 픽션에서 처선은 이들이 왕 앞에서 공연을 펼치도록 하는 매개다. 중견배우 장항선이 처선 역을 맡아 진중하면서도 사려깊은 왕의 보좌로 결국 목매달아 죽는 역할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폭군 연산군과 그의 총애를 받았던 후궁 장녹수를 그린 작품마다 빠짐없이 등장했지만 그 존재는 미미했기에 배역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왕과 나'에서 내시 정한수 역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안재모가 연산군 역을 맡았던 KBS 대하사극 '왕과 비'(1998)에서 중견탤런트 김성환이 처선 역을 맡은 것이 드라마에서는 최근 기억에 남는 정도다.
처선 역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내시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정형화됐다. 수염이 안난 매끈한 얼굴의 나약한 모습에 여자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를 내는 모습으로 통일되다 시피했다. 원로탤런트 김인문이 여러 편의 작품에서 소화해낸 내시가 대표적이다.

'왕과 나'는 이러한 내시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성종과 같은 날 태어나 폐비윤씨를 사랑해 그의 곁에 있고자 내시가 된다는 '팩션'으로 실존 인물과는 거리가 있지만, 가장 젊고 남성적인데다가 여인에 대한 연모를 간직한 내시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오만석은 "기록이나 과학적 근거에 의하면 어릴 때 거세를 하면 점차 호르몬의 영향으로 목소리가 중성화되고 허리도 구부러진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내시도 가슴 뛰는 인간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굳이 목소리를 만들어내지 않겠다"면서 간드러진 목소리로 대변되는 내시의 이미지를 벗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오만석늠 9회부터 출연하나 이미 '왕과 나'는 내시 역의 전광렬, 한정수 등을 통해 새로운 내시 상을 보여주기 있다. 내시부수장 조치겸 역의 전광렬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대단하며, 무술로 단련돼 부채 하나로 자객들을 물리치는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결혼해 사가에 아내를 두고 양자를 삼아 가문을 이어나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한정수가 연기하는 호위내시 도금표 역시 강인해보이는 외모와 박력있는 행동, 뛰어난 검술로 여느 남성보다 더욱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다. 실제 내시는 위급한 상황에 왕을 업고 도망할 수 있을 정도로 건장한 체격과 체력이 요구됐다고도 한다.
'왕과 나' 6회에서는 내시를 뽑는 소환시험에서 지푸라기 인형을 업고 난관을 뚫고 안전한 곳까지 피신하고 매질과 고문도 이겨낼 수 있는 지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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