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샘 야채 검수, 노점상 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KBS '못말리는 결혼'(연출 이교욱)에서 선보이는 이중인격, 성격파탄 채수정의 모습이 순간 스친다. '독특', '강렬'로 대변될 평범치 않은 캐릭터. 마냥 맑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그 캐릭터가 어디서 나왔을까 싶었는데 역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안 나는가 보다.
정다영. 다음 UCC, 클린앤클리어 등 CF로 얼굴을 먼저 알린 후 연기에 돌입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녀는 신예다. 예쁜 모습만 잔뜩 보여주고픈 욕심도 있을 나이다. 그런데 그녀가 '못말리는 결혼'에서 맡은 배역 채수정은 처음 모토가 '헐크'였다.
"처음엔 화내는 게 한 회에 한 번씩은 나와서 부담스러웠다. 망가진 캡쳐신까지 많이 떠돌아 왜 못난 모습이 떠돌까 속상해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사랑해 주고 재밌어 해준거니까 이젠 예쁘고 못 생기고는 신경 안 쓴다."
'하하하' 소릴 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 인기가 늘었다는 걸 미니홈피 투데이 수로 느꼈다는 파릇파릇한 연기자가 유심히 들어보면 말하는 건 이미 중년이다.
"다들 대학교에 들어가고 최소 1년은 다니는데 난 집안 사정도 있고 경험도 쌓고 싶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사백 몇십이 나온 등록금에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 내 돈으로 다니고 싶었다."
아... 어버이날. 갑자기 기자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모범 멘트다. 그런데 그녀의 이어지는 말은 전혀 모범적이질 않다.
"낮에 하는 아르바이트는 시급도 적고 내 시간도 즐길 수 없겠더라. 그래서 마트에 나갈 야채랑 과일을 검수하는 밤샘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들 아줌마, 아저씨들이라 날 보고 신기해했다."
"덕분에 미리 신부 수업을 했다"며 웃는 정다영은 점점 '모범'이란 말을 갖다 붙이기가 미안할 만큼 멀어지는 발언을 쏟아낸다.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의 절반 정도를 떼 노점장사를 시작했다. 액세서리를 떼다가 팔았다. 노점도 다 협회가 있고 라인이 있는데 뭣도 모르고 노점 깔았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단속 나오면 들고 도망하기도 했다."
이건 웬 드라마 같은 상황인지. 하지만 "파란만장했다"는 기자의 말에 정다영은 "덕분에 내공이 쌓여 연기에도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보통 액세서리 같은 건 남자들이 잘 사러 안 오는데 남자 단골이 있기도 했고 아줌마들이 아들 소개 시켜주겠다는 제의도 많이 했다"고 은근히 자랑까지 한다.
'못말리는 결혼'의 첫 촬영이었던 생낙지를 손으로 들고 뜯는 신을 "여배우가 '못해요'하며 빼면 감독들도 싫지 않겠는가. 어차피 해야 될 거라면 빼지 않고 빨리 해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 한 번에 끝냈다"고 회상하던 정다영답다.
그런 그녀에게도 새로 시작하게 된 KBS 1TV 새 TV소설 '큰언니'(연출 홍성덕)는 기회인 동시 부담이다.
정다영은 어느새 젖어버린 시트콤 촬영현장의 분위기와 채수정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떨쳐낼 새 없이 오버랩까지 되며 '큰언니'에 출연하는 빡빡한 일정을 견디게 됐다.
"드라마에 하나 더 출연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선생님들께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기로 했다. 많이 혼나지 않을까 걱정돼지만 6개월 뒤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있지 않을까 기대 한다"
우선 소감은 밝혔지만 그래도 걱정은 큰가보다.
이어 정다영은 "첫 주연에 선배들도 많아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다"며 "캐릭터 연구할 시간이 없어 처음에 횡설수설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는다. 4일전에 이 작품을 하게 된 걸 알았다고 할 만큼 정신없는 상황에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 정다영은 "시트콤은 가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울어야할 때도 있어 힘든 적이 있는데 TV 소설은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을 테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냐"며 예의 그 밝은 웃음을 보여준다. "'해야 한다면 즐기자' 정신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정다영은 인터뷰 마지막 "이만큼은 되고 싶다거나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만큼이 다라면 한계가 있는 거니까 이만큼 올라가야지, 이렇게 되어야지 생각해본 적 없다"며 그간 그녀에게서 가늠치 못했던 속 깊은 모습과 숨겨진 야망을 드러냈다.
"올라가면 내려올 때도 있겠지만 지금은 열심히 올라가는데 집중하겠다"는 정다영. 그녀가 새 TV소설 '큰언니'에서, 그리고 앞으로의 연예 활동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그녀가 올라갈 끝없는 내일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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