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장애학생 야구부의 1승을 위한 도전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지난 2일 MBC스페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1부'(연출 윤미현)가 방송됐다. 2002년 창단, 9년 동안 전국대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국내 유일의 청각장애인 고교야구팀의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올해 초 강우석 감독의 영화 '글러브'로 만들어져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전한 바 있다.
제작진은 지난 1년을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렀다. 대한민국 최초 청각장애인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길원이, 빼빼 마른 팀 유일의 투수 인하….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하는 일반인 선수들에 비해 어림없는 조건이지만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53개의 전국고교야구팀 중 53위, 꼴찌 팀이다. 얼굴을 직접 보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이름 대신 수신호를 만들고, 아웃카운트를 세는 수신호도 따로 만들었다. 주루 플레이도 만날 손해다. 봄비에도 물이 차는 쓰레기매립지 위 야구장, 실수 연발 구멍 선수들…. 그렇지만 아이들은 구르고 달리고 배트를 휘두르며 성장해 가고 있었다.
4년전 부임과 동시에 야구부를 없애려 했다는 장명희 교장수녀님의 말도 마음을 울렸다. 야구부에 들어가는 모든 경비를 책임지는 한편, 한 달에 한 번은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특식까지 만드는 교장수녀님은 불가능한 도전이 아이들에게 힘을 줬고, 아이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면서 피땀 흘린 고통의 대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21대1로 지는 게임이 처음 본 게임이었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분노를 했다. 너무나 당연하고 우린 그렇지 뭐 안돼 이런 분위기가 저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날 결심을 했다. 제대로 살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아이들에게 이긴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가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매년 봉황대기에서 한 번의 패전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던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올해 12번의 경기를 하게 됐다. 고교 최강팀 중 하나인 천안북일고등학교를 만나 2003년 이후 처음으로 6회에 진출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비록 6회말 10대0 콜드게임으로 경기는 끝났지만 응원과 희망이 가득했다. 비장애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는 방망이가 나가는 파울볼만으로도 홈런타자 못잖은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힘든 노력에도 불구, 10대0으로 지고도 행복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시청자들은 "코끝이 찡해왔다. 야구부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이 흐뭇했다", "바쁘게 살며 옆을 둘러보지 않고 앞만 보며 살아가려 했던 저를 반성하며 뒤를 돌아보게 한다", "장애를 딛고 열심히 달려가는 성심야구부 친구들을 저도 힘껏 응원하겠다"며 감동의 시청 소감을 남겼다.
오는 9일에는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2부가 전파를 탄다. 승리를 염원하며 삭발까지 한 아이들은 과연 염원하던 첫 승을 거둘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진심의 응원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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