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정글'PD "김병만은 타잔…진정성 위해 캐스팅"(인터뷰)

'정글'PD "김병만은 타잔…진정성 위해 캐스팅"(인터뷰)

발행 :

하유진 기자

"김병만의 도전·극복으로 시청자 위로하는 게 핵심"

신동화, 이지원PDⓒ사진=안은나 인턴기자
신동화, 이지원PDⓒ사진=안은나 인턴기자


SBS '정글의 법칙' 속 김병만은 말이 없다. KBS 2TV '개그콘서트-달인'에서 했던 최소한의 멘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말을 해도 웃긴 말은 없다. 그는 그냥 집을 짓고 땅을 파고 나무를 오른다. 간간히 멤버들과 일을 협의하기 위해 나누는 대화가 다다. 신기한 건 그래도 묘하게 웃긴다는 점이다.


오디션과 토크쇼 프로그램 광풍 속에서 예능과 교양의 접점을 찾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정글의 법칙'의 시도는 신선했다. MBC '아마존의 눈물'이 적나라한 풍경으로 감동과 반성을 함께 안겼다면, '정글의 법칙'은 물질문명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 정글에 가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다. 의도된 웃음은 빠졌는데도 눈이 가고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면 제대로 성공한 셈이다.


최근 '정글의 법칙' 신동화, 이지원PD를 만났다. 신PD는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 등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이PD는 '김정은의 초콜릿' '하하몽쇼'를 만든 골수 예능PD. 극과 극에 있던 두PD의 조합은 심상치 않았다.


'정글의 법칙'은 한 포장마차에서 처음 탄생했다. 정순영 SBS 예능부국장이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상대방으로부터 '김병만은 타잔이다'라는 말을 듣고 떠올린 게 시발점. 당시 서바이벌 포맷의 정글 다큐를 구상 중이던 신PD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웃음 포인트를 잡아내는 이PD가 투입돼 지금의 '정글의 법칙'이 만들어졌다.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는 게 맞는데, 예능이나 교양이라기보다 새로운 장르인 것 같다. 쇼 안에는 예능적 터치도 있지만 풀어가는 진지함이나 한국적 리얼감, 진정성 사실성 측면에 대한 접근 방법도 괜찮은 것 같았다"(이PD)


'정글의 법칙'은 아프리카 악어섬, 힘바족, 파푸아의 모습을 담았다. 이미 다수의 다큐멘터리에서 아프리카가 다뤄진 만큼 장소 선정에 고심했을 터. 하지만 제작진은 스케일 대신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지 여부를 더 골몰했다.


"장소와 스토리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장소 선정이 핵심이다. 장소를 정하는 순간 5~6억이 투입하겠단 판단을 하는 거다. 야생이 그 자체로 살아있는 세트다. 완벽하게 살아있는 생태계가 있으면서도 이야기, 배우들이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곳이어야 했다.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는지를 고려했다. 악어섬엔 악어라는 긴장도를 높여줄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신PD)


김병만ⓒ사진=SBS '정글의 법칙' 홈페이지
김병만ⓒ사진=SBS '정글의 법칙' 홈페이지


다룬 프로그램의 성향만큼 두 PD가 보는 점도 달랐다. 신PD가 큰 틀이나 플롯을 짜고 이PD가 보다 섬세한 터치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하지만 연출이 배제돼야만 좋은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만큼 사전 연출은 거의 없었다.


"나는 김병만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에게서 끄집어낼 수 있는 것, 시청자에게 흥미로워할 부분을 봤다. 처음에 나미비아를 선정한 이유는 김병만과 친구들이 먼저 고립돼서 해볼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힘바를 선정할 때는 공유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힘바족이 김병만족을 처음부터 잘 맞아주면 진정성이 잘못 보여질까봐 걱정했는데, 도도하고 낯설어하는 게 보여 좋았다"(이PD)


사람들에게 김병만이 갖는 이미지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성실함 그 자체. 하지만 첫 회에서 그는 화를 내는 모습으로 궁금증을 샀다.


"진정성은 한 사람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야생이 험하고 힘들기 때문에 고생하는 걸 보여주겠다는 정도가 아니다. 자연에서 자연스러워지니까 본인도 몰랐던 자기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김병만은 (대중에게) 호감이었는데, 첫 회에 화내는 모습부터 나왔다. 하지만 편집하지 않았다. 공개를 할까 말까 고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진정성 있게 접근했기 때문이다."(신PD)


김병만은 본인 스스로도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말수가 너무 적다. 리얼 다큐멘터리라 말을 시킬 수도 없는 제작진의 고충도 있을 것 같았다.


"걱정하진 않았다. 김병만은 촬영하러 간 게 아니라 취미생활 하러 간 거다. 꿈의 장소 만나서 혼자 의자, 우산 만드는 게 취미였다. 그게 그대로 좋았다. 이런 게 색다르게 보이겠구나 생각했다"(이PD)


"김병만은 오히려 리얼리티에서 말을 잘 하는 사람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그램에선 가장 진솔한 말을 하는 게 가장 완벽한 말이다. 말로만 말하는 게 아니니까. 자기 혼자 끝까지 일하고, 카메라가 제발 좀 그만하자고 해도 계속한다. 엄청나고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닌데도 열정을 갖고 좋아한다. 시청자들도 거기서 용기와 위로도 얻는 것 같다."(신PD)


김병만과 고락을 함께 한 제작진이 보는 김병만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처음엔 서로 좋아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한다. 첫째, 솔직하고 마음에 없는 얘기를 아예 안 한다. 둘째, 잘 하는 것과 잘 못하는 걸 정확히 파악한다. 스스로 말을 잘 못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시키면 화를 낸다. 그런데 몸으로 성실한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먼저 한다. 나무 위에 새집을 발견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올라가더라."(이PD)


신동화, 이지원PDⓒ사진=안은나 인턴기자
신동화, 이지원PDⓒ사진=안은나 인턴기자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많은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정글의 법칙'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다큐로 보기엔 가볍지만, 사실 나는 거의 안 웃겼다. 정통 다큐와의 차이는 예능적 요소가 아니라 캐릭터에 있다. 출연자들의 캐릭터, 그들이 만드는 휴먼드라마다. '아마존의 눈물'엔 연기자보다 부족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엔 4명의 캐릭터가 있다. 오지에서 벌어지는 시트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이PD)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에서는 따라가서 손잡고 하도록 시킨다.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했다. 마음이 동하는 대로 따라가면 그대로 찍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 서양식으로 사람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을 보여주려고 한 것도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놔두면 정 같은 게 흐른다고 믿고 그걸 담았다"(신PD)


흐름을 거스른 '정글의 법칙'. 거스른 탓인지, 창조한 탓인지 인기가 심상치 않다. 시청률도 10% 중후반대를 기록할 만큼 매번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신PD는 프로그램의 핵심가치를 "김병만이 주는 위로"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방송가에서 야생과 자연이 사라졌더라. 그에 대한 일반인들의 욕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위로다. 김병만이 열심히 도전, 극복하는 걸 보면서 받는 위로다. 김병만은 단순한 개그맨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즐겁게 보고 깔깔 웃는데 돌아서 보니 편해진 느낌이다. 그게 자연이 가진 힘이다."(신PD)


주요 기사

    연예-방송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방송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