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작품 찍으면서 더 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최고의 베테랑 배우로서 전달한 훈훈한 한마디였다. 걸쭉한 말투에 담긴 연륜이 담긴 조언과 작품에 대하는 자세는 현장을 더욱 진지하게 만들었다.
지난 10일 전라북도 부안군 대명리조트 내 모처에서 배우 이덕화(61)를 만났다. 종합편성채널 JTBC 주말사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극본 정하연 연출 노종찬, 이하 '꽃들의 전쟁')에서 극중 조선시대 비운의 왕인 인조 역을 맡은 그는 인기리에 종영했던 SBS 사극 '여인천하'에서처럼 궁녀들의 치열한 암투와 마주하며 비운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꽃들의 전쟁'은 암울했던 조선 중기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인조가 있었다. '꽃들의 전쟁'은 1회에서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항복해 군신관계를 맺으며 직접 머리를 땅에 박고 사죄를 구한 사건으로 유명한 '삼전도의 굴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인조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갈등 관계를 맺는 여러 궁녀들은 저마다의 계략을 가지고 대립하며 혼란의 시대였던 조선 중기 왕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덕화는 자신이 맡은 인조에 대해 "스스로 왕으로서의 자격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고 주변 인물들에게 휘둘리는 힘없는 인물"이라며 "'꽃들의 전쟁'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인들이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 안에서 인조는 사실상 조연에 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덕화는 "극의 중심은 '꽃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김현주, 송선미, 고원희 등 각기 다른 캐릭터의 궁녀들을 연기하는 후배 여배우들의 활약을 예고했다.
말 그대로 '꽃들'이 펼치는 전쟁 안에서 주변 인물로서 감초 역할을 담당하는 이덕화는 인조라는 인물 외에도 젊은 여배우들과의 베드신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승은을 입은 상궁 이씨(연미주 분)와 연기했던 파격적인 '붓 스킨십'과 후궁 얌전(소용 조씨, 김현주 분)과의 베드신 등은 시청자들을 주목케 했다.
이에 대해 이덕화는 "당연히 민망한 부분"이라고 운을 떼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2,30대 자제도 있는데 솔직히 극중 장면에 필요한 부분일까라는 생각도 잠깐 들기도 했죠(웃음). '붓 스킨십'도 당시 제정신이 아닌 인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붓이라는 도구를 이용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베드신의 경우 드라마를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데 있어서 수위 조절 등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덕화는 이와 함께 '여인천하'에서 상대역이었던 강수연과 함께 베드신을 촬영했던 당시도 회자했다. (이덕화는 '여인천하'에서 극중 문정왕후(전인화 분)의 둘째오빠 윤원형 역을 맡았으며 강수연은 시대의 요부 정난정 역을 맡았다.)
"그 때 베드신을 앞두고 나름 잘 찍어보려고 세 장면 정도의 설정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는데 강수연은 9개 설정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강수연이 생각한 흐름대로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찍었어요."
이덕화는 '여인천하'에서의 강수연에 이어 '꽃들의 전쟁'에서도 인조를 연기하며 김현주 등 여러 궁녀들을 연기한 젊은 여배우와의 멜로라인을 그려내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드라마에서 나이차가 많은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는 것이 외국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좀 거부반응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덕화는 배우로서 '꽃들의 전쟁'에 임하는 소감을 밝히며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스태프와 관련된 부분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참여하면서 배우들은 물론이고 다들 엄청 열심히 해서 오래 연기해온 나도 미안해서 같이 잘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는 정말 사고도 앞으로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 드라마 끝나고 회식을 더 많이 하자고 제안을 자주 해요. 회식 자리를 갖자는 것이 '회포를 풀자'가 아니라 촬영 때 자주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과 한번이라도 얼굴 맞대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거죠."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