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안방극장에 불었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의 마지막 주자였던 '수상한 가정부'가 막을 내렸다.
지난 2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수상한 가정부'(극본 백운철 연출 김형식 제작 에브리쇼)는 10.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2위로 종영했다. 방송 내내 한 자릿수로 고전하던 '수상한 가정부'는 마지막에 겨우 10%를 넘길 수 있었다.
'수상한 가정부'는 앞서 KBS 2TV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을 잇는 일본드라마 리메이크 작으로 시선을 모았다. 일본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원작으로 한 '수상한 가정부'는 또한 한류스타 최지우가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직장의 신'이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수상한 가정부'는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두 작품 모두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만, 이렇게 엇갈린 결과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의 신'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계약직과 고용 불안을 중심 소재로 내걸었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고, 미스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현실적인 회사 생활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공감할 만했다.
'수상한 가정부'는 엄마가 아빠의 불륜으로 자살한 가정에서 수상한 가정부 박복녀(최지우 분)를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고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펼쳐내지는 못했다.
'직장의 신' 미스김과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 모두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다. 미스김은 위기의 순간마다 그 상황에 맞는 자격증을 꺼내 보이며 모두를 구해냈다. 박복녀도 마찬가지. 그녀의 가방에선 늘 필요한 물건이 척척 나오고 아이들이 묻는 것은 모르는 게 없다.
회사의 요구도 당당히 거절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미스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유쾌함과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반면 '명령'이라면 살인도 불사할 것만 같은 박복녀의 모습은 어딘가 위태롭고 불안했다. 궁금증은 자극할 수 있어도 공감을 자아내지는 못했다.
'직장의 신'은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주변 인물들이 있었다. 초보 계약직 정주리(정유미 분)와 팀장 장규직(오지호 분)이 빚어내는 상황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았다. 이들은 사고뭉치 계약직, 회사를 대변해야 하는 팀장이라는 각각의 입장에서도 에피소드를 펼쳐내며 이야기의 균형을 맞춰줬다.
하지만 '수상한 가정부'는 모든 인물들의 사연이 무겁고 안타까웠다. '수상한 가정부'는 자살한 어머니라는 비극을 깔고 있는 만큼, 무거움을 덜어낼 필요성이 더 컸다. 이에 은상철의 장인인 우금치(박근형 분)와 처제 우나영(심이영 분), 홍소장(김해숙 분) 등이 코믹 연기를 담당 했지만, 박복녀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등장인물 관계구조상으로도 결코 편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웃음이었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을 중심으로 갈등을 풀어나가면서 시청자들의 눈에 다소 불편하고 벅차 보였다.
'직장의 신'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내세워 에피소들를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상한 가정부'는 극 초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안 은한결은 가출해서 남자친구의 집으로 향하는 등 갈등 대부분 아이들의 반항으로 표출됐다. 아이들이나 가족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다.
같은 일본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한국식 정서에 맞게 풀어냈느냐, 주인공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느냐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했다. '수상한 가정부'는 큰 틀에서 원작을 뛰어넘을 만한 스토리를 그려내진 못했고, 이는 일본에선 통했을지 몰라도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진 못했다.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보여준 박복녀의 미소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의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최보란 기자 r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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