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욱 작가가 OCN 주말드라마 '트랩'을 통해 '사이코패스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금까지 사이코패스의 무자비함을 단면으로 그린 영화와 드라마는 많았지만 '사이코패스 행동 원인'을 분석한 작품은 없었다. '트랩'이 그 첫 선을 보인 것.
형식도 과감했다. 드라마틱 시네마(Dramatic Cinema)로, 드라마의 형식을 빌린 영화의 심도를 선보였다. OCN 채널에서 새 시도로 자신한 '트랩'은 총 7부로 방영되면서 매회 압축적이고 쫀쫀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몰입케 만들었다. 최고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해 다음 드라마틱 시네마 제작도 긍정적인 물꼬를 텄다.
'트랩'은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국민 앵커 강우현(이서진 분)을 중심으로 베테랑 형사 고동국(성동일 분), 스타 프로파일러 윤서영(임화영 분) 등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러. '트랩'은 주인공 강우현이 극 초반 아내와 아이를 모두 잃은 선량한 피해자로 시작했지만, 후반에 그가 거악의 소시오패스였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대 반전을 선사했다.
남상욱 작가는 2010년 '별순검' 시즌3, 2011년 '특수사건 전담반 TEN'을 선보인 후 오랜만에 '트랩'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남상욱 작가를 만나 봤다.

-'트랩'이 강우현의 진짜 정체를 밝히면서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주고 종영했다.
▶나도 오랜만에 작품을 했는데 이런 기회가 생기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 마무리해서 좋았다. 팀워크도 좋았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7부작으로 짧은 드라마인데 시청률도 그 정도로 나와서 감사하다.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저희가 가장 분명하게 생각했던 건, '새로움'이었는데 그 부분을 알아주신 것 같았다.
-OCN 첫 드라마틱 시네마였다. 작가로서도 집필할 때 형식적으로 생소했을 텐데.
▶물리적으론 애초에 영화 시나리오로 개발됐던 것을 드라마화했다. 표현 부분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고민했다. 저희도 공부해 나아가면서 스토리를 잡았다. 작가로서는 한 회 한 회 구성의 플롯이 영화적 결말을 목표로 했다. 산업적으론 기회 창출의 의미가 있기도 하겠다. 영화적으론 만들기 힘든데 드라마적으로 하기 좋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는데, 채널과 창작자가 윈윈한 부분이 될 수 있겠다. 드라마 하시는 분들은 영화를, 영화를 하시는 분들은 드라마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으니 이번을 기회로 가능성이 열리지 않았을까. 표현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박신우 감독과 첫 작업은 어땠나.
▶서로 많이 이해하고 협조한 것 같다. 환경적으로 서로 이질감이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해되는 현장이었다. 목표로 하는 바가 제일 잘 맞아서 작업을 잘 할 수 있었다. 합리적으로 선택을 잘 하시는 분이어서 좋았다. 작품의 '연구 보고서'라는 의도부터 서로 잘 맞았다.

-'트랩'에서 친일파, 굴지의 그룹 등 사회 지도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들을 소시오패스로 본 이유는?
▶나는 지금까지 수사극을 해오면서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에 대한 공부는 오랫동안 해왔다. 이 작품은 그들(소시오패스)에 대한 짦은 보고서일 수도 있다. 사냥꾼, 1mm, 비밀과 거짓말, 이종까지 '트랩'은 보고서의 타이틀이 됐다.
-'트랩'은 기존 작품들에서 다룬 '소시오패스' 소재를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려 했을까.
▶단순한 반전의 얘기가 아니라 극의 악당들은 대부분 소시오패스가 많지 않나. 소시오패스의 본질을 파고드는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들과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 지에 대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획의도에서 '보고서일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반전은 소시오패스의 욕구를 보여주기 위한 판이었다.
-가장 방점을 찍은 대사는 무엇이었나.
▶7화 첫 장면이다. 고형사가 병원에서 악몽을 꾸면서 깨는 장면이 있다. 강우현이 자기 아들을 죽였다는 것에서 공포를 느끼는데, 고형사가 강우현에게 '아무리 악마라도 자기 아들을 어떻게 죽였냐' 물었을 때 강우현이 '내 핏줄이 아니니까. 남의 자식 걱정할 시간에 네 걱정이나 해'라고 한다. 그게 소시오패스의 특징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타인을 걱정하는데 소시오패스는 자기만 걱정한다.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정의는 아직도 모호하다. 보통 소시오패스는 자기 악이 콘트롤되는 좀 더 지능적인 사람이다. 사이코패스는 살인욕구를 느끼는데, 자신이 위험한 걸 알면서도 그걸 저지르는 사람이다. 소시오패스는 거짓말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직장에서도 볼 수 있다. 어제 사이 좋게 지내다가도 하루 아침에 부하를 자르는 식이다. 고도로 발전된 사회일수록 소시오패스가 많아질 수 있다는 걸 봤다.
-'트랩'으로 주고 싶었던 주요 메시지는?
▶시청자들은 선의 승리에 의한 카타르시스, 정의구현을 통해 악을 응징하기를 원하는데, 나는 그걸 보고 현실에 돌아오면 더 괴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강우현 같은 소시오패스가 우리를 알아가려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을 알아가고 학습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누군가 같이 있고 싶고 외로운데 이 싸움은 철저히 나 혼자 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게 마지막 장면에서 고형사의 '제게 사람을 주지 마세요'란 대사로 표현했다.
-이 작품이 보여주고 싶은 최대 '트랩'은?
▶그들(소시오패스)은 우리를 학습하는데, 그들은 우리가 학습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사냥감인 줄도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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