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주말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는 따뜻한 가족애(愛)다. 왁자지껄한 가족들, 어떤 흠이 있어도 함께 품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주말 드라마의 대표 이미지였고, KBS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힐링은 없고 막장만 남았다. KBS는 막장을 벗고 자존심을 회복할까.
KBS 2TV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가 52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신사와 아가씨'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아가씨'와 '신사'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로코'(로맨스 코미디) 장인 지현우와 지상파 첫 주연을 맡은 이세희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신사와 아가씨'는 방영 초반부터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인 이영국(지현우 분)의 오랜 기억 상실, 폭행 장면 등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많이 언급됐던 건 박수철(이종원 분)과 애나킴(이일화 분) 서사다. 두 사람은 과거 결혼하고 박단단(이세희 분)을 낳았으나 애나킴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남이 됐다. 이후 박수철과 박단단은 힘들게 인생을 살아간다.
사고로 인해 수차례 성형 수술한 애나킴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박수철과 박단단을 그리워한다. 새 아내와 결혼한 박수철은 애나킴을 알아보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지면서 또 다른 전개가 시작된다. 아무리 애나킴이 박수철의 전 연인이라지만, 재혼한 박수철과 재회하는 일은 불륜과 다름없다. 이에 KBS 시청자권익센터엔 "요즘 시청률이 중요하지만 내용이 가족과 함께 보면 안될 거 같다. 코로나19로 모두 힘들어하는 때에 KBS 주말 드라마가 시청률과 현실에 맞지 않은 내용을 다룬다"라고 지적하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청원엔 1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동의했다.
화제성과 시청률은 좋았지만 결국 '막장' 서사로 얼룩진 '신사와 아가씨'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또한 막장의 향기가 짚은 작품은 그간 '황금빛 내인생', '한번 다녀왔습니다', '오! 삼광빌라' 등 힐링을 선사한 KBS 주말드라마 라인업을 얼룩지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뒤로 하고, KBS는 새로운 작품을 내놨다.


2일 첫 방송되는 '현재는 아름다워'는 연애도 결혼도 기피하는 시대, 나이 꽉 찬 이가(家)네 삼 형제가 집안 어른들이 내건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주연 배우인 윤시윤은 이번 작품에 대해 "현 세대를 대표하는 거 같기도 하다. 많은 것에 가치를 두고 살다 보니까 결혼에 대한 의문점을 갖고 있는 거 같다. 결혼이란 의미를 찾아가는 게 재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결혼은 우리가 생각했을 때 고전적인 의미가 강하다. 정답은 아닌데 때가 되면 결혼해야 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바엔 '결혼 안 할래' 싶다. 이런 세대의 갈등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시기에 맞는 드라마 같다. '결혼이 정답인가'란 생각을 하는데 시청자분들도 (드라마를 보고) 각자가 이런 걸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아파트를 차지하기 위해 결혼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커플 이야기를 그리며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막장에 지친 시청자들은 힐링을 원하고 있다. "대본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라고 말한 주연 배우 최예빈처럼, 시청자들도 '현재는 아름다워'를 보며 따스한 웃음을 지을지 주목된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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