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예능국 PD들이 또 떠난다. 중국으로 가 프로그램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예능 한류를 이룬다는 좋은 취지도 있지만, 인력 유출이라는 걱정도 된다.
22일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MBC 예능국 PD인 신정수, 강궁, 문경태PD가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난다. 이들은 현재 중국 후난 위성 예능프로그램 '폭풍효자' 총연출을 맡은 김영희 전 MBC 예능국PD와 함께 중국에서 의기투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수, 강궁, 문경태 PD는 MBC에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들이다. 이들의 퇴사는 MBC 입장에서는 적잖은 타격이다. 신정수PD는 '나는 가수다' 시즌1을 연출했고, 강궁PD는 '우리 결혼했어요', 문경태PD는 '나 혼자 산다' 및 '진짜 사나이' 등을 연출했다.
'나는 가수다', '우리 결혼했어요' 등은 중국에서 제작될 만큼 인기 프로그램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반면 MBC 입장에선 예능국 PD들의 퇴사와 중국행은 인력 유출이기도 하다.
MBC 예능국 PD들의 중국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김영희PD가 MBC를 떠났고, 이어 5월에는 이병혁 및 김남호 PD가 퇴사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으로 떠나 한국이 아닌 세계 무대 진출에 나섰다.
중국으로 떠난 PD들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인력 유출과 예능 한류라는 두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간 국내 지상파 3사(KBS, MBC, SBS)는 프로그램 포맷을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수출해 왔다. MBC는 '아빠! 어디가?'와 '나는 가수다', KBS는 '1박2일'과 '개그콘서트' 등, SBS는 '런닝맨' 등이 중국에서 '중국판'으로 제작되면서 예능 한류를 이끌고 있다.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사가던 중국은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할 수 있는 PD들과 손잡기 시작했다. '쌀집 아저씨'로 불린 김영희PD가 대표적인 예다. 김PD는 '폭풍효자'라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중국에서 제작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지난 1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폭풍효자' 제작발표회는 수십 개의 중국 매체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 온 PD의 프로그램 제작과 이미 중국에서 인지도를 쌓은 김영희PD의 새 예능이라는 점이 주목 받은 것이다. 한류 예능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인력 유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거대 자본에 의해 한국 예능 PD들이 중국으로 떠난다고 지적한다. 또 한국에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중국에서 우후죽순으로 제작되면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수출에 대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문제점도 제기한다.
이런 인력 유출 문제와 관련 지난달 20일 김영희PD는 중국 상하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력 유출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싶다. 한국에서만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지금 시대에는 이것저것 떠나서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일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동, 생각하는 게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희PD는 향후 중국이 한국의 예능프로그램과 대등한 경쟁을 벌일 것을 예상하며 "대등하게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금방 발전할 것이고, 한국이 그들보다 계속 발전만 하리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MBC 예능국 PD들의 잇단 중국행으로 국내 예능계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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