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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후임 박재범, KBS가 얻은 득과 실 [안윤지의 돋보기]

유희열 후임 박재범, KBS가 얻은 득과 실 [안윤지의 돋보기]

발행 :

안윤지 기자
가수 박재범 /사진제공=KBS 2023.01.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가수 박재범 /사진제공=KBS 2023.01.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KBS가 유희열 후임으로 박재범을 택했다. 그를 선택한 이유로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KBS의 변화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이하 '더 시즌즈') 측은 지난달 2회 녹화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게스트로는 십센치, 저스디스, 적재, 시온, 멜로망스 등이 출연했다. 현장엔 관객들이 가득 메웠으며 촬영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더 시즌즈'는 MC의 성향만 봐도 알 수 있듯, 걸어가는 길이 다르다. 유희열은 음악 토크쇼의 정석을 보이며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흐른다. 청년들이 모를 법한, 주로 관록 있는 가수가 등장하면, 유희열은 그들과 시청자들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친근한 설명을 잇는다. 또 그는 작곡가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음악이 나와도 상세히 분석해 관전 포인트를 전한다.


박재범은 어눌한 한국어 솜씨를 보이지만 통통 튀는 진행을 보인다. 앞서 '더 시즌즈' PD는 박재범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작은 음악회에 가진 선입견을 깨는 거였다. 박재범 씨 커리어 자체가 편견을 깨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준비했던, 예전부터 준비한 편견이 있었다. 좀 더 새로운 진행방식을 보여줬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녹화 현장에서도 게스트로 오는 가수들이 "대본 없이 진행하는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다. 근데 여기 와보니까 정말인 거 같다"라고 놀라워했다. 박재범은 자율성을 보이는 힙합에 오랫동안 몸담았기 때문일까. 그는 MC를 보는 태도에도 여유롭고 자유분방한 모습이 엿보인다.


◆ KBS를 깨버린 박재범 진행, 현장 반응도 좋아


가수 박재범 /사진제공=KBS 2023.01.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가수 박재범 /사진제공=KBS 2023.01.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박재범은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서온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어떤 식으로 해야 관객을 흥분시키고 일으키게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예시로, 녹화 현장에서 십센치가 "원래 우리 공연은 가만히 앉아서 보는 공연이었다. 내가 무대 위에서 '손들어 달라', '일어나라'고 말하는 게 건방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있다. 요새 겨우 '손들어!' 정도는 한다"라고 고백했다. 이에 박재범은 더욱 의아해하며 "난 관객들을 흥분시켜야 한다. 그래서 매번 무대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십센치의 노래에 관객들을 일으키고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런 환경이 반복되니, '더 시즌즈'는 지루할 틈이 없다. 박재범은 끊임없이 관객을 참여시키고 이리저리 통통 튀는 질문을 반복한다. 또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타이밍을 빠르게 잡아내고 진행한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때도 그는 관객과 함께다. 한 관객이 엠넷 '쇼미더머니 11' 경쟁곡인 '블루 체크'에 맞춰 춤을 추자, 박재범은 따라 올라가 춤을 가르쳐주고 함께한다. 이는 박재범의 노력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장시간 녹화에도 지칠 법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 의외성 쫓다 한계에 부딪힌 '더 시즌즈'


가수 박재범,  작곡가 정동환 /사진제공=KBS 2023.01.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가수 박재범, 작곡가 정동환 /사진제공=KBS 2023.01.17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박재범의 MC 능력은 현장에선 좋을지 몰라도 브라운관에선 그다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편집 기술로 잘 정리된 듯하지만, 여전히 어눌한 한국어와 이리저리 튀는 진행은 낯설게 느껴진다. 심야 음악 토크쇼의 타겟층이 크게 정해지지 않은 만큼, 전 연령층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박재범은 이런 점을 놓쳤다. 시간대에 비해 차분해야 할 방송 분위기는 들떠있으며 빠른 진행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또 박재범의 MC 발탁으로 인해 '더 시즌즈' 이번 분기는 힙합 분야로 특정 지어진 듯하다. 단 2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스디스, 크러시 등 힙합 분야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선한 아티스트는 양희은 한명 뿐이다. 이것마저도 양희은의 출연이 신선한 게 아닌, 양희은과 박재범의 만남과 대화 내용이 신선했을 뿐이다. 여기서 '더 시즌즈'의 한계가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도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박재범의 MC 발탁은 그간 KBS 심야 음악 토크쇼 MC들과 달리 힙합 가수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첫방에서 양희은과 박재범의 조화 외에는 그간의 음악 토크쇼와 변화된 모습이 크게 없어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단 새 MC가 주는 새로움도 있지만 구성의 단조로움을 벗어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물론 심야 토크쇼라는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명목도 필요하지만,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래퍼 출신 MC가 가지는 역량을 필두로 한 변화도 필요하다. 우선 4개의 시즌이 준비돼 있다는 점에서 새 MC들이 어떤 변화를 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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