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업계의 거물이자 70세에 화가로 거듭난 '92세 백만장자' 박해룡이 남다른 근검절약 정신을 공개했다.
21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프로그램 역대 최고령 백만장자 박해룡이 출연했다. 제약회사 회장이었던 박해룡은 70세에 화가로 전업한 뒤, 20여 년간 500점이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 그림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연 첫 개인전에서는 일주일 만에 작품이 완판되며 4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박해룡은 "솔직히 팔린 게 아니라 사준 거였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어린 시절부터 소문난 그림 천재였던 그가 뒤늦게 화가의 꿈을 이룬 이유는 '가난'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먹고 살기 위해 가족이 다 같이 만주로 피난을 떠났고, 9세 때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화가를 낮잡아 '환쟁이'라고 부르던 당시, 어린 박해룡은 일류 화가들이 극장 간판을 그리는 것을 보고 "화가가 되면 가난하게 살겠다"는 생각에 꿈을 접었다.
그림 대신 약학대학에 진학한 박해룡은 졸업 후 유명 제약회사에 입사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30대에 중역, 40대에는 사장 자리에 오르며 거침없는 승진 가도를 달렸다. 그러던 중 1년간의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박해룡은 돌연 사표를 던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제 와서 내 자리를 다시 찾으려 하면 후배들이 희생하게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그는 47세에 퇴직금까지 탈탈 털어 적자에 허덕이던 제약회사를 인수했다. 사장 취임식조차 마다한 채 그는 직접 가방을 들고 전국의 약국을 누비며 회사를 살리는 데 사활을 걸었다. 추운 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 반만 열린 약국 문을 활짝 열어주고, 번개탄을 사 직접 난로에 불을 피워주며 거래처의 마음을 얻었다. 사장이라는 직함도, 자존심도 모두 내려놓고 영업 사원처럼 발로 뛴 끝에 회사는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92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박해룡의 활력 넘치는 일상도 공개됐다.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그림을 그린 뒤, 직접 차린 아침 식사로 건강을 챙겼다. 식사 후에는 헬스장에서 체력을 다지고, 80년 지기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백만장자'라는 타이틀과 달리 박해룡의 집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거실에는 물감이 묻은 저렴한 소파가, 주방에는 30년 넘은 빛바랜 냉동고가 자리를 지켰다. 박해룡의 20년 된 애착 셔츠를 두고 서장훈·장예원과 유쾌한 입씨름도 벌어졌다. 여기저기 해지고 구멍 난 셔츠를 발견한 서장훈이 "이건 버리셔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박해룡은 "내가 아끼는 옷이다. 찢어졌어도 입으면 모른다"며 철통 방어를 했다. 휴지 한 장도 반으로 잘라 쓰고, 이쑤시개도 씻어서 재사용하는 박해룡의 절약 습관에 서장훈은 "저도 절약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분발해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 박해룡이 돈을 아끼지 않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 사재 100억 원을 들여 경기도 여주에 대지 2천 평 규모의 미술관을 설립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에서였다.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선물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작품을 선보일 소중한 무대를 열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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