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아재 게임' 무시 마라, 우리 아직 살아있다!

'아재 게임' 무시 마라, 우리 아직 살아있다!

발행 :

이덕규 객원기자

오늘날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이 이토록 발전할 수 있던 기틀이 마련된 것은 90년대 중후반부터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터넷의 보급과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기존에 인터넷 카페 형식으로 운영되던 PC방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며 본격적으로 게임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니지'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들은 'MMORPG' 장르 시대에 접어들며 수많은 명작들을 낳았다. 지금은 2D 그래픽에 화려할 거 없이 가만히 서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없는 소위 '아재 게임'이라 부르고 있지만, PC방 1세대인 아재들에게 있어서 추억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최고의 게임들이었다.


아재 게임이라 불리던 게임들은 경쟁에 밀려 사라져버리기도 했고 여전히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존해있기도 하다. 물론,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게임들과의 경쟁 때문에 예전만큼 빛을 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리니지' 만큼의 유저 수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장수하고 있는 고전 게임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세대 유저들이 즐겁게 했던 추억 속 게임들의 근황을 살펴보았다.



SF MMORPG의 전설 드로이얀


16주년 기념 대상을 받은 스크린샷
16주년 기념 대상을 받은 스크린샷

공개 당시 SF 판타지 컨셉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드로이얀>이다. 패키지 게임인 '드로이얀 2'를 기반으로 개발하여 '엠게임'에서 2002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창기 동시 접속자 수 2만 명을 기록하고 한 달 매출만 10억을 돌파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었다.


다른 MMORPG 게임들이 그랬듯이 정액제 게임들이 판치던 시절, '드로이얀'도 정액제 서비스를 통해 프리미엄 기능을 부여하고, '엠게임' 유저들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했지만 프리미엄 유저들과는 달리 게임 이용에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상용화 이후 3,500명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유저 수에 무료화 선언을 하며 운영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더니, 지금도 서비스를 유지 중이기는 하나 몬스터들보다 유저를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필드를 돌아다니다 다른 유저를 만나면 서로 흠칫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드로이얀'은 올해 16주년을 맞이해 4월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추가 경험치라든지 사냥에 용이한 버프를 제공하는 포션을 지급하는 등 기존 유저들을 공략하고, 이벤트 기간 동안 신규와 복귀 유저들을 지원하며 떠나간 이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유행이 지난 게임들처럼 '드로이얀'도 고레벨의 유저들이 대부분이라 신규 유저들이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이카루스'라는 지역에서 시작하는데 고레벨 유저들은 이미 다른 지역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이카루스' 지역에서는 다른 유저들을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초보 유저들이 주변에서 자문을 구하기 힘들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정기 점검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저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며 피드백을 받고 있다. 아직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토론을 하고 있는 유저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호러 MMORPG의 시초 다크에덴


다크에덴 대표 이미지
다크에덴 대표 이미지

역대급이었던 '디아블로' 만큼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를 살렸던 게임이었다. 2000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다크에덴>은 호러 MMORPG로 뱀파이어와 슬레이어의 혈전을 컨셉으로 잡아 유저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나중에는 아우스터스라는 하프 뱀파이어 종족도 추가되어 3종족이 전투를 벌이게 됐다.


지금도 다크에덴 방송을 하고 있는 스트리머도 있을 정도로 서비스 중인 고전 게임들 중에서도 그나마 언급이 되는 게임이다. 아마도 2017년에 나온 <다크에덴 오리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크에덴'은 트랜실 서버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트랜실 서버 유저 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다. 예전에 유료 유저와 무료 유저를 나누고 레벨 제한을 걸어두거나 사냥터에도 차별화가 이루어져 대다수 유저가 빠져나가자 프리미엄 서비스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며 바로잡으려 하였지만 현질을 하지 않고서는 신규 유저들이 즐기기 힘든 진입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3D RPG 게임이 대부분인 시대에 맞춰 야심 차게 준비했던 '다크에덴 2'는 아예 공개되지 못한채 무산이 되었고, '다크에덴'의 명성을 되찾고자 개발했던 '다크에덴 오리진'조차 종족간 밸런스 조절 실패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지금은 1세대 유저들도 거의 등을 돌린 모양이다. '다크에덴'의 홈페이지 게시판도 조용한 편이다. 유저들의 소통도 많이 줄어든 걸 보면 확실히 하락세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중세풍 판타지 메틴



메틴 스크린샷
메틴 스크린샷

2000년 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메틴>도 장수중인 고전 게임 중 하나다.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중세풍 판타지 테마의 RPG 게임이며, 타격감과 독특한 캐릭터 육성 방식으로 당시 유저들의 눈길을 끌었다.


'메틴'은 후속작으로 '메틴 2'도 개발했었는데 국내에서는 흥행을 하지 못해 철수하고 해외에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며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도 하다.


원하는 대로 스탯을 찍기 어려웠고,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보기 드물었던 스킬 숙련도 시스템을 도입해 캐릭터 육성에 있어서는 하드코어 한 부분이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겨운 노가다와 매크로 악용으로 이어지고, PC방에서는 키보드에 동전을 꼽고 스킬을 반복해서 쓰게끔 하여 스킬 숙련도를 높이던 유저들도 있었다.


'메틴'은 다른 고전 게임들과는 다르게 유저들의 소통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어 비교적 자유게시판이 활발하다. 서버 점검은 한 달에 2번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3월에는 신규 서버인 '프리아'가 오픈되었다.


또한 '메틴' 커뮤니티인 '메틴 연구소'도 얼마 전 24일에 새 단장을 하여 유저들의 게임 외 활동폭도 넓어질 수 있게 되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메틴'을 떠났던 유저들이 추억을 찾아 자주 방문하고 있다.



한 캐릭터로 2가지 모습을 붉은 보석



붉은보석 스크린샷
붉은보석 스크린샷

변신형 RPG 게임이라는 개성있는 컨셉으로 2003년 5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붉은 보석이다. '붉은 보석'도 역시 후속작으로 '붉은 보석 2'를 개발해 모바일 시장을 저격하기도 하며, 그나마 1세대 게이머가 아닌 사람들도 들어봤을 법한 게임이다. 올해 15주년을 맞아 이벤트를 진행 중이고 아직까지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유저들의 커뮤니티 활동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변신 시스템이 있어 한가지 캐릭터로 2가지 모습으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그만큼 캐릭터 직업도 다양한 편이다. 그리고 MP 같은 마나가 아닌 CP라는 요소를 집어넣어 일반 공격이나 스킬 사용을 통해 CP를 충전하고 더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플레이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직업 간 밸런스 문제, 매크로를 악용하는 유저와 현질을 하지 않으면 격차가 너무 벌어지는 게임의 환경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애초에 현질 유도가 심하기도 했다.


붉은 보석 초창기 때 플레이를 해봤던 유저 중 한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보니 분위기가 참 많이 변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시 다른 RPG 게임들처럼 갑옷을 두른 기사 캐릭터로 플레이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마니아 층을 저격하는 것인지 서브컬처 쪽 캐릭터가 많이 보인다.


게임 표지도 근육질의 마초 같은 아저씨가 장식했었는데 요즘에는 전에 보이지 않았던 미소년, 미소녀 일러스트로 도배되어 있다. 이제는 1세대가 아닌 요즘 세대 게이머들을 위한 직업들을 개발하는 듯하다.



이외에도 유명한 게임은 상당히 많다. '이터널시티', '대항해시대', '거상' 등의 게임도 서비스를 계속 유지 중이다. 이렇게 오래된 게임들인데도 불구하고 유지가 된다는 것은 옛 유저들의 발길이 아직 끊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전만큼은 못하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고전 게임을 이토록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아재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만 하더라도 수시로 맵을 체크해가며 각 챔피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컨트롤을 해야 하니 단순한 조작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기 마련이다. (나도 어려워서 못하겠다...)


특별한 컨트롤 없이도 즐길 수 있던 게임들이 바로 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던 RPG 게임들이었다. 마우스 클릭 하나만으로도 어려움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가만히 서서 몬스터가 쓰러질 때까지 공격하는 걸 아마 다들 봤을 것이다. 이리저리 움직일 필요 없이 물약이나 버프 스킬을 시전하며 공격만 하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옛 게임에 대한 향수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솔직히 1세대 게이머들만 그러할까, 아마 모든 세대의 게이머들이 다 공감할 것이다. 친구나 길드원들과 함께 던전을 돌던 그 시절... 하나 둘 나이를 먹고 바빠서 게임을 떠나다 보니 그 아쉬움 때문에 게임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PC방 문화와 게임이 발전한데에는 1세대 게이머인 아재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게임은 삶의 일부였고 여전히 그들을 겨냥한 게임이 개발될 정도로 영향력은 아직도 어마어마하며, 개발사들 또한 빛바랜 그 시절을 의식하고 있다.


주요 기사

    비즈/라이프-테크/IT의 인기 급상승 뉴스

    비즈/라이프-테크/IT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