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강타한 새로운 남성상이 있다. 바로 '퍼포머티브 메일(Performative Male)'이다. '보여주기식 (연출을 하는) 남성'이라는 뜻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트렌드는 '말차 라테를 마시며 감성적인 책 특히 여성이나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읽고, 유선 이어폰과 토트백을 패션 아이템처럼 활용하는 남성'들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진정한 취향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그렇게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보여주기용 연출'을 하는 남성에 대한 풍자나 유머러스한 패러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를들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퍼포머티브 메일을 연출할때는 일부러 책을 거꾸러 들거나 하는 식이다.
퍼포머티브 메일의 10가지 특징
이들의 스타일에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 ▲ 말차 라테(뚜껑은 반드시 플랫형) ▲에어팟 대신 유선 이어폰 ▲미니멀한 디자인의 에코백 ▲목에 건 필름카메라 ▲여성이 주인공인 고전 혹은 페미니즘 혹은 하루키 등 감성적 도서 ▲빈티지 셔츠와 배기 진 ▲반투명 뿔테 안경 ▲LP 레코드와 턴테이블 ▲라부부 등 인기 캐릭터 굿즈 ▲무심한 듯 연출된 태도 등이다.
특히 책을 들 때는 표지가 보이게 드는 것이 포인트이며, 모든 아이템을 패션 액세서리처럼 활용해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를 연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트렌드는 한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패션 매거진들과 소셜미디어에서 '퍼포머티브 메일'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테토남', '에겐남'을 잇는 새로운 남성 유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 위커파크에서는 지난 9일 '퍼포머티브 남성 콘테스트'가 열려 80여 명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말차 팝업 운영자가 마케팅 목적으로 기획한 이 행사는 유쾌한 패러디 성격이 강했다. 참가자들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록산 게이의 페미니즘 도서 '나쁜 페미니스트' 같은 도서를 들고 나와 가식적인 행동을 과장되게 펼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 참가자는 "로잔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는 제 인생을 바꾼 책"이라며 "여성을 사랑하는 길로 인도했다"고 가식을 떨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다른 참가자는 심사위원들의 연락처를 따려다 탈락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흥미롭게도 최종 우승자는 남성이 아닌 드랙 퍼포머 미간 모리스였다. 그는 '댄 드러프'라는 캐릭터로 분장해 토트백에서 책들과 턴테이블을 꺼내며 "이 빌어먹을 책들을 사랑한다!"고 외쳐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퍼포머티브 메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대와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전통적인 남성성에 균열을 내고 다양한 자기표현을 실험한다"며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지식에 대한 갈망을 가식적이라고 보는 것은 반지성주의"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비판하는 측에서는 "과도한 연출이 피로감을 준다"며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사는 척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부는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조롱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댓글 사용자는 "지식에 대한 갈망을 가식적이라고 보는 게 너무 우려스럽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어라!"라며 반박했다.또 다른 사용자는 "반지성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책 읽기를 그만두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틱톡에서는 카페에서 말차를 마시며 소설을 읽는 남성들의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들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들은 이런 남성들을 "퍼포머티브하다", "깨어있는 척한다"며 조롱하고 있다. 한 여성은 "지나가는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포즈를 취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이제 말차를 마시기만 해도 가식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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