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은 마음을 따라 흐른다"
막걸리는 이상한 술이다. 다른 술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괜히 그 술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처럼 막걸리는 늘 일상의 언저리에서 등장한다. 일을 마친 농부의 손에, 장날 끝나고 앉은 노점의 파전에, 비 오는 날 후루룩 넘기는 국수와 함께, 막걸리는 늘 누군가의 삶 곁에 있었다.
이 술은'마신다'라고 하기보다'함께 나눈다'에 더 가까운 술이다.
철제 사발에 따라 건네는 막걸리는 단지 알코올이 아니라, 언어다.
"수고했다","괜찮다","살아 있네" 같은 말이 담긴 위로의 언어다.

누군가는 막걸리를 마시며 아버지를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친구와 어깨 나란히 앉아, 세상에 대해 떠들며 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니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기억을 매개하는 도구다.
또 하나, 막걸리는 속도가 느린 술이다. 빚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가라앉은 술지게미가 잔 아래 모이기까지도 한참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한 모금 입에 머금고 천천히 넘기기까지의 시간, 그게 막걸리의 본질이다.
세상이 바빠질수록, 막걸리는 어쩌면 더 필요해진다.
조금은 느릿한 술 한 사발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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