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눌 일이 잦아졌다. 악수를 건네며 "보컬 트레이너 박리브가입니다" 라고 나 자신을 소개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보컬 트레이너'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때는 모두가 '노래 선생님', '보컬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노래를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님'이 아니라 '트레이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호칭의 유행일까, 아니면 노래를 대하는 시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신호일까.
'선생님'이라는 말에는 분명한 위계가 담겨 있다. 지식을 전수하고, 정답을 가르치고, 제자를 평가하는 존재. 도제식 관계, 사사(師事), 스승과 제자의 거리. 반면 '트레이너'라는 단어는 다르다.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컨디션을 관리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옆에서 동행하는 사람.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의 몸과 멘탈, 루틴을 함께 돌보는 역할에 가깝다.
노래는 원래 정답을 외워 통과하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몸과 심리, 습관과 환경이 얽힌 '컨디션의 예술'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트레이너'라는 말은 어쩌면 노래의 본질에 더 가까운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가 지금에서야 보편화된 데에는, 음악을 둘러싼 산업과 문화의 변화가 겹쳐 있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는 점점 스포츠의 언어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순위, 탈락, 시즌, 전성기, 슬럼프, 커리어 관리.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트 경쟁, 서바이벌 구조 속에서 실력은 '관리해야 할 퍼포먼스'가 되었고, 목소리는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출렁이는 신체'가 되었다. 음악은 여전히 예술이지만, 그 예술이 놓인 무대는 점점 기록과 비교, 경쟁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왔다.
서구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브로드웨이와 헐리우드, 팝 산업과 장기 투어 시스템 속에서 가수들은 더 이상 단순히 노래를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 매주 무대에 올라야 하는 퍼포머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보컬 코치'와 '보컬 트레이너'의 역할이 분화되고, 기술 지도와 함께 체력·호흡·멘탈·루틴을 관리하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었다. 대형 월드투어를 다녔던 세계적인 팝스타들 중에는, 무대 뒤에 전담 보컬 트레이너가 동행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장기 투어 동안 목의 컨디션, 회복 루틴, 발성의 미세한 변화까지 함께 점검하며 공연 스케줄을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노래를 더 잘 부르게 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끝까지 버티게 만드는 사람"에 가까운 존재였다. 마이클 잭슨의 장기 투어 현장에서도 보컬 트레이너가 동행하며 공연 전후의 컨디션 관리와 발성 조율을 맡았다는 이야기는 업계 안에서 언급된다. 이때의 '트레이너'는 수업을 하는 교사라기보다, 선수 곁에서 시즌 전체를 관리하는 스포츠 트레이너에 더 가까운 역할이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이후 아이돌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비슷한 언어가 들어왔다. 연습생 체계, 하루 수시간의 훈련, 데뷔 이후의 장기 투어와 방송 일정. 노래는 더 이상 '잘 부르면 되는 기술'이 아니라, 컨디션을 잃지 않고 버텨내야 하는 '관리 대상'이 되었다. 이때부터 '보컬 선생님'보다 '보컬 트레이너'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컬 트레이너'라는 말은, 노래를 가르치는 방식이 바뀌어서 생겨난 이름이라기보다, 노래가 놓인 구조가 바뀌어서 등장한 명칭에 가깝다. 개인의 재능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둘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스승이 아니라 관리자를 찾게 된다. 기술을 전수하는 사람보다, 몸과 시간과 심리를 함께 조율해 줄 동반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레슨실 문을 열 것이다. 그들이 부르는 호칭은 여전히 '선생님'일지 모르지만, 그 단어 뒤에 놓인 좌표는 이미 '트레이너'에 더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작은 호칭의 변화 속에는, 노래를 재능의 문제로만 보지 않게 된 시대의 시선, 그리고 개인보다 구조가 먼저 작동하는 산업의 논리가 함께 담겨 있다.
노래는 여전히 감정의 표현이고 예술의 영역이지만 그 감정을 버티게 만드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그 변화의 현장에서 '선생님' 대신 '트레이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 연재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한 사람의 관찰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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