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5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의 주 사업체인 석포제련소가 직면한 환경오염 리스크와 사업 다각화에 실패한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아울러 지난 2024년부터 지속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구도에서 더욱 명분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오는 24일 열릴 고려아연 주총에서도 이런 실적 악화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5년 별도 기준 영풍 매출은 1조 1927억 원으로 지난해(1조 533억 원)보다 다소 늘어났지만, 영업손실의 경우 277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884억 원)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영풍은 별도 기준으로 5년 째 영업적자에 빠져 있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영풍은 2021년 -728억 원, 2022년 -1,078억 원, 2023년 -1,424억 원, 2024년 -884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영풍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오염 이슈를 꼽고 있다. 조업정지 처분과 통합환경허가 조건 위반, 토양정화명령 미이행 등이 이어지며 생산 차질이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석포제련소는 폐수 유출, 무허가 배관 설치 등에 따른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지난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조업 차질이 가동률 하락을 촉발했다는 평가다. 공시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의 평균가동률은 2025년 1~9월 40.66%로, 전년동기 53.54% 대비 12.88%포인트(p) 낮아졌다. 제련업 특성상 가동률 변화는 고정비 부담과 수익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실적 악화와의 연관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계도 영풍 실적 부진 배경으로 지적된다. 2025년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제련부문 누계 매출 7,327억 원 가운데 아연괴 제품 및 상품 매출은 5,939억 원으로 81% 비중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제련 수수료(TC) 급락과 아연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여건에서는 단일 품목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가 실적 하방 압력에 취약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 영풍과 같이 아연 제련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고려아연의 경우 아연과 연, 구리 등 기초금속 외에 금, 은 등 귀금속, 또 인듐, 안티모니 등 희소금속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지난해까지 무려 44년 째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는 재무제표 신뢰성 이슈로도 번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는 법인 영풍과 장형진 총수, 박영민 전 대표이사, 배상윤 전 석포제련소장, 강성두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영풍의 복원충당부채 계상 규모가 실제 예상 정화비용보다 과소하다는 게 대책위 주장 요지다.
주민대책위 측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회에 보고한 영풍 석포제련소 관련 최소 정화비용은 2,991억 원이지만 영풍이 공시한 복원충당부채는 2,035억 원으로 약 1,000억 원이 과소계상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정부가 언급한 복원비용을 반영할 경우 영풍의 2024년 반기순이익 253억 원은 700억 원 이상의 손실로 전환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ESG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해당 논란이 다뤄졌다. ESG연구소에 따르면 이날 발제를 맡은 공준 에니스 사장(토양환경기술사)은 "석포제련소의 경우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최소 정화비용은 약 2991억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회사가 재무제표에 반영한 복원충당부채는 약 2035억원 수준에 그쳐 단순 계산으로도 약 1000억원 규모의 괴리가 존재한다"며 "실제 정화 범위와 비용을 고려하면 이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리스크가 재무제표에 정확히 반영될 경우 기업의 재무 상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환경부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가치가 평가되는 것은 ESG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윤종연 전 메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 리스크가 재무적으로 제대로 반영될 경우 기업가치와 투자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석포제련소 사례는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상장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할 수준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열릴 고려아연 주총에서도 영풍의 실적 악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17일 낸 고려아연 의안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 3년간 회사와 영풍의 경영성과를 비교해 보면, 회사는 매출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영풍은 매출 감소 및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경영 전략의 연속성과 전략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실행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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