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후배 보컬 트레이너 한 명이 정식으로 레슨을 받고 싶다며 나를 찾아왔다.
선배로서 가벼운 조언이나 피드백을 주는 정도를 예상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꾸준히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동료이자 후배 강사와의 레슨이 벌써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하루는 수업이 끝난 뒤 가볍게 맥주 한잔을 나누던 중, 그가 내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레슨을 받으면 정말 실력이 는다고 생각하세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 웃음이 났다.
이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보컬 트레이너가 또 다른 트레이너에게 배움을 청하고, 보컬 교육의 근본적인 신뢰를 자문하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선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언제나 전담 코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떠올려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최고의 선수일수록, 자신의 플레이와 미세한 동작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 또 하나의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소리를 가장 객관적으로 듣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부스 안에서 내가 귀로 듣는 내 목소리와, 마이크를 거쳐 모니터 스피커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 사이에는 늘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한다. 게다가 오랫동안 반복되어 몸에 밴 미세한 습관들은 스스로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익숙함은 때로 매너리즘이 되어 스스로를 가두고 성장을 막아서기도 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현란한 기술보다, 내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정직하게 비춰줄 또 하나의 거울이다.

사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에 오래 머물다 보면, 타인의 단점은 기가 막히게 찾아내면서도 시선의 방향이 늘 바깥으로만 향해 있어 정작 자신의 얼룩은 보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기 쉽다. 그렇기에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예외는 없다. 오히려 누군가를 오래 가르칠수록, 자신이 맞다는 익숙함의 덫에 더 쉽게 갇히곤 한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강사의 귀도 고이고, 교육의 깊이도 고여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은 모든 것을 다 아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움을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
보컬 선생님이 레슨을 받는 것은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유연하게 인정하고, 더 좋은 소리와 올바른 가르침을 위해 기꺼이 거울 앞에 서는 행동이다.
어쩌면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도, 학생들을 마주하는 레슨실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진짜 스승이란, 자신이 다 안다는 착각을 경계하며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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