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다. 무대 위에서는 AI와 IP, 생산성, 자동화, 수익화가 끊임없이 이야기된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상식이 된 듯하다. 세상은 'AI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메시지를 쉼 없이 쏟아낸다. 기술적 변화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의 담론들 속에서, 나는 변화 자체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더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세상이 온통 거대한 가상세계로만 채워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최근의 K-POP 관련 리포트들을 읽을 때도 비슷한 지점을 느낀다. 평론가와 산업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전략,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논한다. 물론 산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거시적 관점이다. 하지만 에어팟을 꽂고 음악을 듣는 10대와 20대는 그런 담론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저 가수의 목소리에서 위로를 얻고, 무대 위의 한 장면에서 전율하며, 자신의 일상에 노래를 겹쳐 놓을 뿐이다. 산업의 분석적 시선과 음악을 향유하는 소비자의 직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그 중간쯤에 서 있는 사람이다. 산업의 지형을 살피지만 투자자는 아니고, 팬덤의 문화를 관찰하지만 연구와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보컬 트레이너로서 내가 매일 마주하는 것은 한 학생의 성장이자 변화의 과정이다. 거대한 기술 담론이 쏟아지는 시대에도, 레슨실 문을 두드리며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여전하다. 이들이 노래를 대하는 태도는 분석해야 할 거창한 비즈니스가 아닌, 그저 삶의 일부다.
이 지점에서 보컬 트레이너인 나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AI보다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구사하도록 훈련하는 것은 기술적 완벽함 그 이상을 담보하지 못한다. 테크닉의 정교함은 이미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제시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술에 압도당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두려움에 갇히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멘탈 케어까지가 보컬 트레이너의 범위인듯하다.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주체적으로 다루는 법을 익히고,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기 목소리를 믿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교육의 범위가 아닐까 싶다.

나는 아직 이 시대적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을 찾지 못했다.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세상이 거대한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현장의 트레이너는 학생들이 한마디 한마디 노래를 불러나가는 디테일을 잡아주어야 한다는 것. 거시적인 매크로(Macro)의 담론을 읽어내면서도, 레슨실 안의 미시적인 마이크로(Micro)를 조율하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좌표다.
세상이 아무리 거대한 가상세계와 산업의 논리를 이야기해도, 첫 음을 내기 전 숨을 들이마시는 학생의 떨림만큼은 언제나 진짜다. 그 순수한 떨림을 무서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뱉어낼 수 있도록 돕는 일. 정답이 없는 변화기 속에서, 지금의 내가 묵묵히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진짜 떨림을 함께 지켜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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