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랜드로버(JLR)가 중국 진출 14년 만에 현지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고가 수입 모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창수 공장에서 마지막으로 생산된 '레인지로버 이보크 L'의 재고가 대대적인 할인을 통해 최근 모두 소진되면서, 중국산 JLR 모델은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JLR의 중국 합작법인인 체리재규어랜드로버는 2025년부터 디스커버리 스포츠, 재규어 XEL·XFL, E-페이스 등의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해 왔다. 과거 2011년 중국 출시 초기 프리미엄을 더해 90만 위안(약 1억 7,000만 원)을 호가하던 이보크는 현지화 이후 급격한 가치 하락을 겪었으며, 최근 재고 정리 단계에서는 18만 위안(약 3,400만 원) 이하로 판매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생산 중단 결정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전동화 전환 실패와 고질적인 유통 구조 붕괴가 맞물린 결과다. JLR은 중국 토종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아이토, 니오 등)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며 2017년 14만 6,400대에 달했던 판매량이 2025년 2.6만 대 수준으로 80% 이상 폭락했다. 또한, 수익성 높은 수입차 1대를 배정받기 위해 적자가 나는 중국산 모델 10대를 강제 인수해야 했던 '끼워팔기'식 관행이 가격 폭락으로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면서 현지 딜러망도 붕괴되었다.
앞으로 JLR은 중국 내 50만 위안(약 9,500만 원) 이하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레인지로버, 디펜더, 디스커버리 등 3개 고가 수입 라인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성기 시절에 비해 크게 줄어든 딜러 네트워크는 향후 40~50개 수준으로 더 축소될 전망이다.
한편, JLR은 현지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종료하는 대신 체리자동차와 50:50 합작을 통해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프리랜더(Freelander)'를 출범시킨다. 화웨이의 지능형 주행 시스템과 CATL 배터리 등을 탑재해 2026년 하반기 첫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내연기관 시대의 명성이 치열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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