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의 절반은 레슨을 한다.
레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오늘 수업을 하나씩 복기하며 다음 레슨을 준비한다. 학생들의 반응을 떠올리고, 내가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스스로 피드백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날에 학생이 연습을 덜 해오면 맥이 빠지기도 하고, 반대로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준비해 온 날 바쁜 일정 탓에 내 준비가 미흡하다 느껴지면 못내 아쉽기도 하다. 가끔은 레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학생의 감각을 열어줄 만한 적절한 표현을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날도 있다.

그런 날 밤, "오늘 레슨 너무 좋았습니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 아이러니함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의 마지막 가사가 떠오른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레슨을 했는데도 트레이너와 학생이 기억하는 장면은 서로 다르다. 신기한 일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일이 더 흥미롭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좋은 레슨이란 과연 무엇일까.
보컬 트레이너인 나는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본기를 먼저 세운다. 그 위에 각자의 실력과 성향에 맞는 선곡을 하고, 진도의 속도와 과제의 양을 조절한다. 레슨은 늘 변화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같은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복하지 않는다. 학생마다 다른 성장의 속도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설계하는 것이 내 몫이다.
이 매주 반복되는 수업 준비와 복기의 시간 속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실제 일어나는 성장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 그 자체라는 것.

지난주보다 고음 연결이 조금 더 매끄럽고, 음정 구사가 정확해지며, 리듬을 더 맛있게 타기 시작했다면 성장은 이미 일어난 것이다. 이전에 들리지 않던 화성이 들리고 디테일한 그루브가 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그 작은 변화들.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 주체적인 확신과 만족감이 있어야 비로소 다음 연습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나의 선생님으로부터 제대로 배우고 보호받고 있다는 신뢰가 생길 때, 성장은 비로소 가속 페달을 밟는다. 배움이란 단순한 소리 정보나 기술을 전달받는 일을 넘어,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누군가에게 내 서툰 길을 믿고 의지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보컬 레슨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그 변화를 레버리지 삼아 지치지 않고 다음 스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기술적 도달점보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효능감을 심어주는 일, 그것이 트레이너인 내가 해야 할 더 우선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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