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죽였다' 이어 '멋진 신세계'서 악역 연기 로코 장르 드라마가 그만 등장하면 스릴러로 급변 슬퍼보이는 눈빛으로 호기심과 궁금증 자극

배우에게는 저마다의 무기가 있다. 배우 장승조의 무기라면 단연 눈빛이다. 귀공자형 마스크 위로 뿜어내는 부드러운 눈빛 안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선을 담아내는 게 그의 특기다. 특히 최근에는 악역으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SBS 금토극 ‘멋진 신세계’에서는 서늘한 매력의 빌런 최문도가 되어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대와 과거가 교차하는 판타지 설정에서 최문도는 차일그룹 후계 구도를 흔드는 야심가이자, 전생에는 무자비하고 냉혹한 제왕으로서 군림했던 인물이다. 세련된 비주얼과 차분한 목소리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장승조는 유독 반짝이는 눈빛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중성을 보여주며 안방팬들에게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차가우면서도 슬퍼 보이는 눈빛이다. 경계심을 느끼게 하면서도 묘한 호기심을 일으킨다. 친절하게 웃어도 완전히 믿을 수 없고 다정하게 말해도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만 같은 긴장감을 준다. 그러면서 그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야망과 권력욕이 캐릭터의 중심에 있지만, 장승조는 최문도를 단순한 악인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모순된 감정을 담은 눈빛 연기 덕분에 최문도는 복합적인 욕망과 동시에 상처를 품은 존재로 그려지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최문도는 장승조가 지난해 ‘당신이 죽였다’에서 보여줬던 악역 연기와 비교하면 굉장히 신사적인 축에 속한다. ‘멋진 신세계’가 장르적으로 코미디의 색채가 강한 만큼 최문도의 악행 역시 극단적인 공포보다는 재미와 긴장의 줄다리기를 노리는 방향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코미디를 큰 축으로 하는 만큼 악의 농도도 조절됐다는 의미다.

사실 ‘당신이 죽였다’에서 보여준 캐릭터들은 장승조의 악역 계보에 있어서 정점에 가까웠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당시 장승조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금융인이지만 가정폭력을 일삼는 노진표 역과 중국에서 밀입국한 불법체류자 장강 역으로 전혀 다른 결이지만 극악하기는 매한가지인 악역을 나란히 소화하며 살 떨리는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입을 틀어막게 했다.
그러니 1인 2역이기는 마찬가지라 해도 이번 ‘멋진 신세계’에서의 악행은 저번과 비교해 굉장히 절제되고 품위마저 느껴질 정도라 해야겠다. 그렇다고 악역으로서 캐릭터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결단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악역의 가치는 악행의 수위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강한 존재감을 보이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장승조는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문도가 등장할 때마다 로맨틱 코미디로서 ‘멋진 신세계’의 방향성에 급제동이 걸리며 서스펜스의 기운이 물씬 풍기게 되는 이유로 장승조의 빛나는 존재감을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이제 남은 2회 동안 그의 존재감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차달수 회장(윤주만)이 의식을 되찾은 지금, 최문도가 손에 넣은 권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세계(허남준)와의 대립 역시 피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주인공이 빛나기 위해서는 그에 맞서는 적이 강해야 한다.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문도가 더욱 위협적인 인물로 성장해야 한다.
결국 ‘멋진 신세계’의 최종 성패는 최문도라는 악역이 얼마나 강렬하게 살아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종회를 얼마 앞둔 상황에서 최문도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지키려 할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됐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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