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탈퇴 3개월만 솔로 첫 작업물 'RIDE OR DIE' 발매 작사·작곡·프로듀싱부터 시각적 연출 직접 진두지휘

아이돌 멤버가 팀을 떠나는 데는 언제나 말이 많다. 그리고 많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왜 익숙한 이름과 안정적인 자리를 벗어났는지, 홀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다. 특히 그 이유로 '음악적 지향점'을 내세웠다면 첫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선택의 근거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가 된다.
지난 3월 엔하이픈을 탈퇴한 희승이 에반(EVAN)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첫 솔로 싱글 'RIDE OR DIE'(라이드 오어 다이)도 그렇다. 에반은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대신 기타의 거친 마찰음과 한층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자신의 방향을 먼저 들려준다.
엔하이픈의 음악은 뱀파이어 세계관을 축으로 다크 판타지와 청춘의 욕망을 연결해 왔다. 힙합과 댄스, 팝을 기반으로 한 강한 비트와 역동적인 퍼포먼스, 멤버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완성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메인 보컬 희승의 음색 역시 그 정교한 집단 서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었다.
반면 에반의 첫 음악에서는 한 사람의 감정과 취향이 가장 앞에 선다. 팀의 세계관 안에서 특정 인물을 연기하던 목소리가 이제는 자신의 불안과 갈망, 자유를 직접 말한다. 엔하이픈과 에반의 가장 큰 차이는 단순히 댄스 음악에서 록으로 장르가 바뀌었다는 데 있지 않다. 음악의 중심이 '우리의 이야기'에서 '나의 감정'으로 이동했다는 데 있다.

타이틀곡 'Ride or Die'는 얼터너티브 록의 거친 질감과 하이퍼팝의 과장된 감각을 섞은 곡이다. 일렉트릭 기타 리프와 강한 드럼이 곡의 바닥을 밀어붙이고, 전자적으로 가공된 사운드가 표면을 불규칙하게 긁으며 긴장감을 만든다. 록의 질감을 취하되 트렌디한 프로덕션을 함께 쥔 선택이다. 에반이 말한 '하고 싶은 장르'와 이미 검증된 '잘할 수 있는 방식'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보컬의 변화도 뚜렷하다. 엔하이픈에서 희승이 매끄러운 고음과 안정적인 완급 조절로 곡의 균형을 잡았다면, 'Ride or Die'의 에반은 목소리 가장자리를 거칠게 드러낸다. 짧게 끊어지는 도입부에서는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는 초조함이 묻어나고, 후렴에서는 억눌러왔던 감정을 한꺼번에 밀어 올린다. 날카로움과 연약함이 한 목소리 안에서 부딪치며 곡의 위태로운 정서를 만든다.
제목인 'Ride or Die'는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함께하는 관계를 뜻한다. 가사만 보면 한 상대를 향한 강렬한 사랑과 집착에 가깝지만, 에반이 팬들을 생각하며 쓴 곡이라고 밝힌 만큼 여러 방향으로 읽힌다. 자신을 믿어주는 팬을 향한 약속일 수도 있고, 새로운 길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음악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다.
특히 "They be looking for blaming"이라는 구절은 곡의 정서를 단순한 러브송 바깥으로 밀어낸다. 누군가의 시선과 비난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수많은 말과 해석을 감당해야 했던 에반의 상황과 겹쳐 들리는 대목이다. 이를 곧바로 자전적 고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첫 솔로곡이라는 맥락이 노랫말에 보다 구체적인 긴장을 부여한다.

뮤직비디오는 더 많은 말을 한다. 유리 파편 사이에서 깨어난 에반은 군중 속에서 철저히 무시당한다. 손을 내밀어도 잡아주는 이가 없다. 말을 걸어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팀에서 나온 이후 쏟아졌을 시선들, 혼자라는 낯섦,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압력 등 뮤직비디오는 그것을 직접 말하지 않지만, 그 불편함을 화면 전체에 오래 얹어둔다. 그 자리에 다가오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낡고 세월 탄 빨간 자동차 한 대다.
이 차가 이 영상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오브제다. 모두가 외면해도 끝까지 곁에 남는 팬으로 읽을 수도 있고, 그가 놓지 않은 음악이나 스스로 선택한 자유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붉은색은 상처와 위험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생명력과 욕망을 환기한다. 낡고 망가진 차가 에반을 계속 따라온다는 설정 역시 완전해서 함께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처 입고도 서로를 버리지 않는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자동차에 올라탔다고 해서 완전해지지도 않는다. 밤의 질주에서 얻은 해방감 뒤에는 다시 낮의 무관심이 기다리고, 영상 말미에는 에반이 건물 옥상에 위태롭게 매달린 모습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첫 장면으로 이어지는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며 외로움과 해방이 단번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반복해서 통과해야 할 과정임을 보여준다.
혼자가 됐기에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선택과 시선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Ride or Die'의 뮤직비디오는 솔로 아티스트가 누리는 자유만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독립 뒤에 따라오는 고립과 불안까지 함께 끌어안는다.

수록곡 'Overflow'(오버플로)는 타이틀곡에서 폭발한 감정이 모두 지나간 뒤 남은 내면의 잔향과 같다. 'Ride or Die'가 밖으로 뻗어나가는 갈망이라면 'Overflow'는 안으로 차오르다 끝내 넘쳐버린 감정이다. 로우파이 질감과 부드러운 기타 리프, 힘을 덜어낸 보컬이 얼터너티브 록의 격렬함과 정반대 온도를 만든다.
감정을 억지로 극복했다고 선언하지 않는 점도 좋다. 비워낸 잔은 다시 차오르고, 벗어났다고 생각한 고민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다. 에반은 이를 실패로 규정하는 대신 "Here we go again"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삶이란 감정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넘치고 비워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다시 시작하는 일이라는 태도다.
서로 다른 두 곡을 배치한 이유도 여기에서 선명해진다. 'Ride or Die'가 에반이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Overflow'는 그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거친 록 보컬과 섬세한 감성 보컬, 외부를 향한 폭발과 내부로 침잠하는 위로가 한 싱글 안에 공존한다. 에반이 자신의 정체성을 얼터너티브함이라고 설명한 이유를 이해하게 하는 구성이다.
무엇보다 'RIDE OR DIE'에서 중요한 것은 에반이 두 곡의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뿐 아니라 뮤직비디오와 콘셉트 등 시각적 작업에도 관여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은 첫 결과물에서 사운드와 이미지, 메시지를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주도권을 분명히 했다.
물론 싱글 두 곡으로 에반이 어떤 아티스트인지를 완전히 규정할 수는 없다. 희승 본인도 이 두 곡이 "앞으로 들려드릴 음악에 가까운 감성들"이라고 했다. 즉 이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의 공표다. 엔하이픈의 메인 보컬이 아닌, 에반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자기다운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첫 좌표. 그 좌표에서 출발하는 여정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아직 차 안에 앉아 출발선을 바라보는 지금으로선 가늠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가 차에 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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