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티모시 샬라메의 인생작이 될 수작

‘마티 슈프림’을 무슨 장르의 영화라 할 수 있을까. 한 탁구 선수의 일대기를 그린 스포츠 영화? 삶의 진창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한 남자의 모험기?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질주하는 인물의 성장담? 영화를 섣불리 한 문장으로 압축하기 어렵지만, 보고 난 후의 감상만큼은 한 문장으로 쉽게 추릴 수 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채 두 시간 내내 내달리는 영화! 장담한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심장이 평온할 리 없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영화가 ‘마티 슈프림’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탁구로 인생 역전을 꿈꾸며 모든 것을 걸고 질주하는 마티 마우저(티모시 샬라메). 미국 탁구 선수 마티 라이스먼에게서 영감을 받았지만, 실존 인물의 서사는 굳이 몰라도 된다. 이건 흔한 전기 영화와는 백만 광년은 떨어져 있는 영화니까. 배경은 1950년대 초반 뉴욕, 유대계 이민자인 마티를 비춘다. 마티는 런던 세계선수권 대회에 가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고자 삼촌의 구두 가게에서 일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유대계 이민자에 대한 차별도 있고, ‘탁구가 스포츠야?’라는 질문이 뒤따를 만큼 당시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뒤따른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마티의 여의치 않은 사정을 더욱 진창으로 끌고 가는 건 마티 자신이다. 삼촌이 약속한 임금을 순순히 내놓지 않으면, 직원을 협박해 삼촌의 금고를 턴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레이철(오데사 아지언)과 위험한 불륜을 계속하더니, 몇 개월 뒤 눈에 띄게 배불러 있는 레이철을 목격하게 되는 식이다. 윤리의식이 부재된 마티의 관심은 오직 탁구 대회에 나가기 위함에 있다. 그러기 위해 도박, 사기, 절도까지 서슴지 않는데, 문제는 그것이 결국 구르는 눈덩이처럼,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된다는 것.
윤리의식뿐 아니라 겸손, 진실 같은 단어도 마티와는 거리가 멀다. 목적한 것을 이루기 위해 마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그러면서 자신의 성공은 1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라니, 이런 불호감의 인물이 또 어디 있을까. 149분 러닝타임 내내 이런 인물을 바라보기란 몹시 힘든 일이지만, 영화는 폭주기관차 같은 속도감과 어디를 맞고 튕겨져 나갈지 모를 탁구공 같은 예측 불가능성으로 마티의 질주에 관객이 속수무책 빠져들게 만든다.

이 매혹을 만들어낸 건 조시 사프디 감독과 할리우드 베테랑 아티스트들이다. ‘헤븐 노우즈 왓’ ‘굿타임’ ‘언컷 젬스’ 등 여러 작품을 동생 베니 사프디와 함께 만들며 칸과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조시 사프디는 이번 작품을 단독으로 연출하며 자신의 색깔을 확고히 했다. 세계적인 명성의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감각, ‘멀홀랜드 드라이브’ ‘데어 윌 비 블러드’ ‘플라워 킬링 문’ 등으로 잘 알려진 미술감독 잭 피스크와 ‘결혼의 풍경’ 의상감독 미야코 벨리지의 섬세한 프로덕션 디자인도 돋보인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공은 전자음악과 팝을 넘나드는 뮤지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대니얼 로퍼틴의 음악. ‘굿타임’ ‘언컷 젬스’로 사프디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대니얼 로퍼틴의 음악은 시종일관 관객을 마티와 함께 내달리게 한다.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 ‘마티 슈프림’은 티모시 샬라메 없이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비록 홍보 기간 중 영화를 발레나 오페라와 비교하는 논란의 발언을 하며 거센 반발을 샀지만, 어찌 보면 그 논란의 발언이 오만방자한 캐릭터 마티 마우저에 빙의돼 말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티모시 샬라메는 마티 마우저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속에서 팔딱팔딱 뛰논다. 20대 특유의 허세, 재능 있는 자의 야심과 오만, 그리고 전후 시기 ‘아메리칸 드림’의 서사 그 자체를 티모시 샬라메는 온몸으로 뿜어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듄’ ‘컴플리트 언노운’ 등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로 손꼽히는 샬라메지만, ‘마티 슈프림’은 오래도록 그의 인생작으로 꼽힐 것이 분명하다. 아카데미 수상은 실패했지만 크리틱스 초이스와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23세 나이 차를 뛰어넘어 티모시 샬라메와 호흡을 맞추는 은막의 스타 케이로 분한 기네스 팰트로, 케이의 성공한 사업가 남편 록웰로 분한 캐나다 기업인인자 방송인 출신 케빈 오리어리, 마티의 절친 월리 역으로 장편 연기 데뷔를 한 세계적인 뮤지션 타일러 오코마, 감독 겸 배우인 아벨 페라라 등 여러 얼굴들도 눈에 띈다. 특히 강렬한 존재감을 보이는 건 마티와 짝패를 이루듯 폭주하는 레이철 역의 오데사 아지언.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눈빛과 열연을 보여준다.
A24가 제작비 7000만 달러를 투입해 만든 ‘마티 슈프림’은 1억9000만 달러가 넘는 글로벌 수익을 기록하는 중으로, A24 제작 영화 최고 스코어를 넘어 흥행 역사를 새로이 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어떤 성적을 낼지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7월 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지루하다면 필히 관람을 권한다. 오로지 위를 향해 광기에 휩싸여 내달리는 마티 마우저의 폭주, 그에 동참하는 149분간은 전혀 지루할 틈이 없을 테니까.
정수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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