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은 열심히, 노는 건 신나게, 공감도 진심으로 하는 '사기캐'

예능 프로그램에서 ‘막내’의 역할은 꽤 중요하다. 선배를 받쳐주는 조연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판을 흔드는 주역이 되기도 한다. 선배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도 예상치 못한 한마디로 웃음을 만들고, 솔직한 리액션으로 시청자와의 접점을 만든다. 게임이나 미션에서는 예상 밖의 활약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tvN ‘언니네 산지직송’(이하 ‘언니네’)의 막내는 조금 특별하다. 낯선 산지에 적응하고 고된 조업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함께 밥을 먹고 놀고 쉬면서 어느 순간 진짜 가족의 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귀엽기만 해도, 일머리만 좋아도 부족하다. 함께 살아가는 능력까지 갖춰야 비로소 ‘언니네’의 막내가 된다.
그동안 ‘언니네’에는 각기 다른 막내가 있었다. 첫 시즌의 안은진은 특유의 친화력과 높은 텐션으로 사람 사이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고, 시즌2의 이재욱은 먼저 움직이는 든든한 동생이자 누나들과 티격태격하는 능청스러운 막내였다. 시즌오프의 김혜윤은 사랑스러운 외모와 대비되는 야무짐으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현재 방송 중인 ‘언니네3’에는 노윤서가 있다. 앞선 막내들의 장점을 두루 갖춘 노윤서는 밝고, 싹싹하고, 일도 잘한다. 하지만 몇 회를 지켜보고 있으면 ‘일 잘하는 막내’라는 말만으로는 노윤서를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다. 노윤서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먼저 내어놓는다는 것이다.
첫 화부터 노윤서의 매력적인 면모는 드러났다. 촬영을 앞두고 남매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노윤서는 염정아를 위한 선물로 식물을 준비했고, “염정아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염정아가 노윤서를 두고 ‘효녀’라고 표현한 것도 그래서였을 테다. 단순히 예의 바른 후배라기보다 상대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건네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산지에 들어가자 그 마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졌다. 통영의 멍게 조업에서는 예상보다 거대한 작업 규모에 당황하면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고, 태안에서는 바지락을 캐기 위해 쉴 새 없이 갈퀴질을 이어갔다. 5회 마늘밭에서는 제작진과 마늘 캐기 대결을 벌여 1분에 32개의 마늘을 캐며 실력을 보여줬고, 하동에서는 섬진강 재첩 조업에 참여해 ‘조업계 신동’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일머리와 악바리 근성만 봐도 이미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막내임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노윤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보이면 누가 시키기 전에 나선다. 이화여대 미대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가족사진 촬영을 앞둔 남매들의 스타일링에 직접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언니네 뷰티살롱’을 열어 남매들을 화려하게 변신시켰고, 그렇게 완성된 가족사진은 이들이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는 또 하나의 장면이 됐다. 조업이 끝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밥상에 손을 보탠다. 막내라는 이유로 누군가가 챙겨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찾아 채운다.
그렇다고 일만 하는 막내도 아니다. 놀 때는 또 막내답게 논다. 통영에서 빈티지 캠코더를 발견했을 때는 염정아와 함께 카메라 앞에서 장난을 치고, 팩을 붙인 채 노래를 부르며 언니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에 맞추는 데 급급한 막내가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그 집의 생활을 자기 일상처럼 즐기는 동생에 가깝다.
여기에 노윤서만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힘이다. 특히 8회에서 그런 모습이 빛났다. 남매들은 4,000 마리의 장어를 상대하는 고된 조업을 마친 뒤 계곡으로 향했다. 물놀이가 시작되자 노윤서는 누구보다 신나게 뛰어놀았고, 네 사람은 장난을 치며 웃었다. 그러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 김선영이 눈시울을 붉히자 노윤서 역시 함께 울컥했다. 이 장면에서 눈에 들어왔던 건 상대방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노윤서의 모습이었다. 누군가 웃으면 함께 웃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함께 마음 아파한다. 억지로 분위기를 만들거나 감정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즐거운 순간에는 마음껏 즐기고, 감정적인 순간에는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래서인지 노윤서가 보여주는 ‘싹싹함’은 흔히 예능에서 말하는 ‘싹싹한 막내’와 조금 다르다. 선배가 시키는 일을 잘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바탕에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염정아에게 식물을 선물하고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던 것도, 조업이 끝난 뒤 밥상에 손을 보태는 것도, 언니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한다. 막내니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이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보인다.
예능에서 막내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자리’였다. 하지만 노윤서는 사랑받기만 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신이 가진 것을 먼저 건네고, 필요한 곳에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웃고 함께 마음 아파하면서 관계를 만든다. 일할 때는 악바리처럼 야무지고, 놀 때는 해맑고, 사람의 마음을 마주할 때는 섬세하다. 그래서 노윤서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저런 동생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정말 우리 집 막내처럼 느껴지는 존재. ‘언니네3’의 노윤서가 보여주는 막내의 진화는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막내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건네며 사랑을 만들어가는 막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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