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은 인생을 불현듯 돌아보게끔 느닷없이 찾아오는 계기. 게다가 불행은 대부분 겹치기로 우리를 덮친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의 히어로 드류 베일러(올랜드 블룸 분)는 성공 지향의 일류 슈즈 디자이너.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 엄청난 야심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쫓겨난 참에 아버지의 부음까지 전해 듣는다.
보통 사람들은 아등바등 남보다 더 가지려고 하루하루 골몰하지만 세상을 등질 때는 가진 것이 아니라 남긴 것으로 설명되는 듯.
부친 미친 베일러의 유골을 거두기 위해 들른 켄터키주 엘리자베스 타운 방문길에 드류는 부친이 친척들과 온 동네 사람들로부터 받은 애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드류는 오히려 동네 사람들의 부친에 대한 애착 때문에 모친이 원하는 화장은 전혀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것.

한편 불운의 나락을 걷는 그에게 ‘착한 여자’ 콤플렉스의 화신인 스튜어디스 클레어(커스틴 던스트 분)와의 만남은 한 줄기 빛.
그녀가 주선해 준 42시간11분짜리 ‘미치와의 자동차 여행’은 부친과의 관계 정리인 동시에 불행했던 과거와의 이별의식이다.
그녀가 지정해준 음악을 듣고 여행을 하고 지침을 따르면서 드류는 자신의 상처를 달래게 되고 이 지점부터 영화는 로드무비 색채를 짙게 띄어나간다. 특히 분위기 있는 꽃미남 올랜드 블룸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커스틴 던스트의 발랄함은 비교적 조화를 이룬 편.
또 장례식 영화는 코믹 코드와 결합할 때 슬픔이 더욱 물오르는 법. 이 영화는 장례식처럼 슬픔이 스며든 페이소스를 객석까지 은은히 감염시켜 나간다. 물론 장례식장에서 한두 번씩 터져 나오는 난데없는 폭소를 곁들여서 말이다.
특히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자신이 이국의 엘리베이터에서 약혼녀가 있는 남편을 꼬셔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미움받은 사연을 웃음반 울음반으로 회고하는 홀리 베일러(수잔 서랜든 분)는 미국인 특유의 조크 실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
이때 남편의 약혼녀였던 여성을 비추는 것 또한 카메라의 감칠맛 나는 센스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실제로 부친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보고 느낀 감정과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제작했다.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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