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기억나는 외국영화 2편을 꼽으라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에비에이터'와 제이미 폭스 주연의 '레이'다. 모두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데, 특히나 '레이'에서 검은 선글래스를 낀 제이미 폭스가 온몸을 뒤틀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두 영화만이 아니다. 올해 제78회 아카데미 영화상은 '전기영화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많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언론자유를 외친 전 CBS 앵커 에드워드 머로의 삶과 투쟁을, '앙코르'는 미국의 전설적 팝가수 자니 캐쉬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또한 '카포트'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유명한 작가 트루먼 카포트의 전기영화다.
문득 드는 궁금증 하나. 이런 전기영화에서 배우와 그 실제인물은 얼마나 닮았을까. 우리영화 '역도산'의 설경구와 진짜 역도산만큼이나 얼굴은 물론 분위기, 행동거지까지 똑같을까.
오는 3월1일 개봉하는 '앙코르'의 경우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 지난 14일 기자배급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첫 모습을 보였는데, '폴솜 교도소 블루스' '아이 원투 투 고 홈' '리드 미 젠틀리 홈' 등의 히트곡을 남긴 자니 캐쉬(1932~2003)가 실제로도 영화처럼 살았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1960년대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와 자웅을 겨뤘던 자니 캐쉬 역은 호아킨 피닉스가 맡았다. 미국의 하이틴 스타 리버 피닉스의 동생으로 더 유명한 그는 국내에는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황제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에서 느껴지듯 치켜올린 헤어스타일과 짙은 눈썹, 심지어 이마의 주름까지 호아킨 피닉스는 자니 캐쉬의 환생이라 할 만하다.
호아킨 피닉스는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 이미 화제를 모았고 오는 3월5일 열리는 제78회 아카데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라있다.
그러나 '앙코르'에는 호아킨 피닉스만 있는 게 아니다. 자니 캐쉬의 음악적 삶만이 아니라 그 뜨거운 사랑도 녹아있는 영화인만큼, 연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준 카터(리즈 위더스푼)의 존재감 역시 만만치 않다. 순회공연에 같이 나섰던 두 사람은 실제로도 영화같은 사랑을 나눴고 준 카터가 죽은 지 4개월만에 조니 캐쉬도 죽었다. 실제 준 카터와 극중 리즈 위더스푼은 턱과 볼선까지 아주 닮았다.

오는 3월17일 개봉하는 '굿 나잇 앤 굿 럭'도 '닮은꼴'에 관한한 범상치 않은 작품이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 겸 출연까지 한 이 작품은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50년대 초반, 언론의 양심을 대변했던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의 삶을 그렸다. 그 주인공은 '그들만의 리그' 'LA 컨피덴셜' '블랙 아웃' 등에 출연한 데이비드 스트래던이 맡았다.
단정한 넥타이 정장 차림에 기름 발라 착 가라앉힌 헤어스타일, 그리고 손에 든 흰 담배까지 195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하다. 직접적으로 에드워드 머로의 이미지가 확 얼굴에 박히지 않는 국내 팬들로서야 영화속 데이비드 스트래던의 모습이 바로 에드워드 머로다.
이밖에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베넷 밀러 감독의 '카포트'도 실제 트루먼 카포트와 극중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외모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트위스터' '여인의 향기'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등에 출연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훤한 이마와 굵은 안경테가 인상적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이미 폭스, 호아킨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그들은 각자의 작품 안에서, 그들이 평소 존경했다는 실존인물의 재현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했다. 이러한 배우들의 열정이 있기에 '닮은꼴'은 '제록스'를 넘어 엄숙하고 진한 '삶'의 향기를 풍긴다.
<사진1=실제 자니 캐쉬와 준 카터(위 왼쪽), '앙코르'의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위 오른쪽). 실제 레이 찰스(아래 왼쪽), '레이'의 제이미 폭스(아래 오른쪽)>
<사진2=실제 트루먼 카포트(위 왼쪽), '카포트'의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위 오른쪽). 실제 에드워드 머로(아래 왼쪽), '굿 나잇 앤 굿 럭'의 데이비드 스트래던(아래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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