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영화감상은 백인백색이다. 자신 취향과 경험대로, 기존 영화감상의 공력대로 새 영화를 받아들이고 확대 해석, 또는 일절 폄하한다는 얘기다. 특히나 장르의 성격상 만화와 게임 마니아들은 영화 한 편도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28일 개봉한 브랜든 루스 주연의 '슈퍼맨 리턴즈'. 극중 크립톤 행성에 갔다가 5년만에 지구로 귀환한 슈퍼맨의 이야기다. 무지막지한 힘을 과시하는 슈퍼맨의 활약상도 볼거리지만, '고독의 요새'라 불리는 크리스털 광산은 또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슈퍼맨 힘의 원천이자 아지트, 그리고 키가 쑥쑥 자라는 커다란 크리스털 덩어리들이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미네랄을 연상시킨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슈퍼맨이 전작에서 수정에 비친 아버지 조엘의 영상을 통해 자신의 힘을 각성한 곳이 바로 이 수정궁. 또한 악당 렉스 루더(케빈 스페이시)가 손에 넣으려고 그렇게나 발버둥친 것이 바로 이 크리스털 덩어리 아닌가. 이는 유닛을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베스펜 가스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미네랄과 외형이나 상징도 빼닮았다.
류승완 감독의 활극 '짝패'에는 기억할만한 패싸움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주연배우 류승완과 정두홍이 10대 양아치들 100여명과 시가에서 맞장을 뜨는 대목이다. 바로 비보이들이 우루루 나와 춤을 추면서 교묘히 두 사람을 치고 때리는 장면이다. 이는 이미 작가 김수용이 베스트셀러 만화 '힙합' 초반부를 통해 대중에게 던진, 힙합 댄스의 발차기 동작이 날카로운 싸움무기가 될 수 있다는 충격적 메시지가 아닌가.
뮤턴트들의 한판 대결을 그린 '엑스맨3-최후의 전쟁'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울버린(휴 잭맨)의 주특기인 손 등에서 날카로운 금속성 갈코리가 나온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일본만화 '암즈'를 떠올리게 한다. 나노머신으로 이뤄진 궁극의 생체병기 암즈(ARMS)를 몰래 이식받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인 '암즈', 그중에서도 팔에 암즈라는 병기가 장착된 검은 머리의 료는 아무래도 울버린과 가장 가깝다.
최근 기자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7월6일 개봉)은 역시 일본만화 '원피스'를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해적을 다뤄서가 아니다. 유령해적과 거대한 문어괴물 크라켄 등을 동원한 '캐리비안의 해적'의 판타지야말로 악마의 열매를 먹어 고무인간이 된 주인공 루피의 여행기 '원피스'와 접점이 이뤄지는 부분이다. 조니 뎁이나 루피나 모두 고달픈 현실에서도 자기 나이에 맞는 꿈과 낭만을 결코 저버리지 않은 것이다.
또 있다. 김성수의 서늘한 매력과 양동근의 뜨거운 열정이 빛난 '모노폴리'는 오프닝 크레디트 디자인을 아예 보드게임 '모노폴리'로 채웠다. 주사위를 던져 집을 사고 아파트를 사서 땅놀이, 부동산 돈벌기에 빠져들게 하는 이 '모노폴리' 게임은 수많은 아류 게임을 만들어냈을 정도의 인기 아이템. 자기 덫에 걸린 상대방에게 압승을 거두고 인생의 승리를 독점하려는 것은 영화 '모노폴리'나 게임 '모노폴리'나 매한가지다.
엄정화 신의재의 눈물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음악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단연 일본만화 '피아노의 숲'을 떠올리게 한다. 남루한 외모였지만 천부적인 절대음감을 그것도 피아노를 통해 발현시킨다는 설정을 감안하면,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신의재는 '피아노의 숲'의 카이다. 동네 숲속에 버려진 낡은 피아노를 갖고 놀듯이 치는 카이, 변두리 피아노 학원 옥상의 고장난 피아노를 쳐대는 신의재. 이 해맑은 눈동자의 두 꼬마 가슴에 숨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사진설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만화 '원피스', 만화 '피아노의 숲',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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