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서영희는 그동안 누군가의 동생, 친구 또는 보살펴 줄 수밖에 없는 약한 여자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연리지'에서 최지우의 친구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임창정의 부인으로, 그는 그렇게 여린 이미지로 소비됐다.
그랬던 서영희가 공포 영화의 헤로인으로 변신한다. 8월3일 개봉하는 영화 '스승의 은혜'(감독 임대웅ㆍ제작 오죤필름,화인웍스)에서 그는 가냘픈 듯한 기존 이미지에 공포를 덧칠한 서늘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원래 공포영화는 잘 못봐요. 너무 무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보고 벌벌 떠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보고 무서워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스승의 은혜'는 초등학교 시절 은사에게 상처를 받은 학생들이 16년만에 한 자리에 모인 뒤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선생님의 체벌이 직접적으로 그려진 예고편이 공개된 뒤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영화는 추억이 무서워지는 영화에요. 사랑을 많이 받기 원하는데 그만큼 받지 못해서 쌓인 상처들이 터지는... 귀신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관을 나서면 가슴 한 구석이 저릴 것 같아요."
서영희는 '스승의 은혜'를 슬픈 공포라고 정의했다. 그 역시 누군가에게 받았을 또 줬을 상처가 없을 리는 만무할 터. 학창 시절 누구나처럼 이유없이 맞아야만 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픈 기억이 없을리가 있나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다니다 보니 어느새 항상 웃는 얼굴이 된 것 같아요."
속내를 감추는 또 하나의 얼굴. 가면은 '스승의 은혜'의 키워드 중 하나이다.

"선생님들이 언짢아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결국 선생님의 사랑과 관련된 영화니깐요."
서영희는 여러 작품을 하면서 누군가의 어깨에 기댈 수 있었다는 게 기뻤다. 자기 몫이 작다는 것보다 함께 한다는 게 힘이 됐다. 하지만 '스승의 은혜'는 그동안 했던 작품들보다 서영희에 대한 몫이 컸다.
"누구의 친구, 동생을 맡는다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기댈 수가 있었으니. 이번에는 기댈 사람이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물론 동료들도 많고, 오미희 선배님도 있지만 나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만큼 '스승의 은혜'는 서영희의 앞으로 방향점이 될 영화이기도 하다. "최민식 선배님의 카리스마를 닮고 싶어요. 입으로 뱉은 말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믿어지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꼭 연기를 함께 하고 싶어요. 그 카리스마에 눌리기 보단 닮아가고 싶어요."
서영희는 '스승의 은혜' 중 가장 힘들었고 또 부끄러웠던 장면을 바닷가에서 선생님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라고 꼽았다. 이유인즉슨 가장 힘들게 감정을 쥐여짰기 때문이다.
피범벅을 하고 3일 동안 매달렸던 촬영보다, 매서운 바닷바람에 하루 종일 벌벌 떨었던 것보다, 가슴 속 절절한 이야기를 토해 내는 장면이 사람들에게 칭찬이든 비난이든 화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슬픈 공포를 그린 서영희의 다음 행보는 아직 미정이다. <사진=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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