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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쉬', 2% 부족한 국내배우 목소리 연기

'플러쉬', 2% 부족한 국내배우 목소리 연기

발행 :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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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고층 아파트에 궁전같이 꾸며진 집.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며 골프와 폴로를 즐긴다. 가끔은 '집안'에서 비치발리볼을 즐기기도 한다. 각종 먹거리는 집안 곳곳에 흘러 넘치고 옷가지들은 어느 전문매장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옷장에 빼곡하다. 어때 죽이지?


하지만 이같은 럭셔리 완벽 생활에도 빠진 것이 있어 아쉽긴 하다. 함께 식사를 하고 저녁 인사를 나눌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주변 사람들. 무 슨소리냐고, 더 죽인다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한때 유행했던 적이 있다. 어디로 떠나라는 말이 생략된 이 열린 문장에 딱히 갈 곳도 없는 현대인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바로 정신없고 각박한 '일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보자.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현대인들에게 직장 상사나 학교 선생님 그리고 가정의 부모나 자식을 떠나 자기만의 유유자적한 삶의 공간으로 떠나는 것은 아마 현대인들의 소박하지만 가장 원대한 꿈일 것이다. 때문에 조직이고 제도고 나발이고 말짱 '황'이라는 2000여년전 노자의 반골은 그래서 유쾌· 통쾌· 상쾌하기까지 하다.


애니메이션 '플러쉬'는 바로 앞서의 럭셔리 생활을 하던 쥐 로디가 지하세계 '래트로폴리스'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고 속도감 있게 그린 작품이다. 런던 켄싱턴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소위 '웰빙 라이프'를 즐기던 로디는 주인들이 휴가를 떠나버린 대궐 같은 집에서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날 뜻하지 않게 시궁창 쥐가 싱크대에서 역류되어 로디의 공간에 침입하면서 조용하고 평온하던 일상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 귀찮고 더러운 불청객을 쫓기 위해 변기를 스파라고 속인 로디. 하지만 생각보다 촌스럽지 않은 시궁창 쥐 덕분에 오히려 로디가 변기에 몸은 담근 채, 있는 스타일 없는 스타일 구겨가며 '정화조'가 아닌 '래트로폴리스'에 떨어지게 된다. 이때부터 벌어지는 로디의 '똥 줄' 빠지는 탈출기와 조폭보스 두꺼비 토드의 음모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휴 잿맨, 케이트 윈슬렛, 이안 맥켈런, 장 르노, 빌 나이, 앤디 서키스 등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이 참석해 목소리 녹음을 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투사부일체' 팀의 정준호 김상중 정웅인 정운택이 목소리 연기에 참석해 일찍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하지만 변기에 똥만 빠지는 것이 아님을 몸소 보여준 로디 역의 정준호를 비롯, 덤앤더머 악당 화이티와 스파이크의 정웅인과 정운택의 목소리 연기는 2% 부족함을 보여줘 이번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켜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과 달라질 것을 우려해 '투사부일체'의 캐릭터를 살리기보다는 원작의 취지에 충실했다"는 정준호의 설명처럼 '투사부일체'팀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살리지 못하고 원작에 목소리만 입힌 결과, 캐릭터와 목소리가 따로 놀게 됐다.


평소 똑부러지고 진지한 목소리의 정웅인은 느릿느릿하고 어눌한 캐릭터를 소화하다보니 목소리에 힘이 빠지고, 정운택의 어투에는 강약이 결여돼 대본을 그대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개굴레옹을 소화한 김상중의 목소리 연기가 그나마 빛을 발했지만 위안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감독은 럭셔리 웰빙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던 로디를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점점 더 각박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일까. 중고등학생 때 자주 들어오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문구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작품은 이미 '사회'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사회적 동물'들에게 84분간의 휴식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미 지긋지긋한 공동체에 지칠대로 지쳐있다고?' 하지만 어떠랴, 84분간 신나게 롤로코스터를 탄 뒤에 다시 어디론가 홀로 떠나는 꿈을 꾸면 되니까. 전체관람가, 오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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