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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이상하고 아름다운 박찬욱 나라

'싸이보그지만…', 이상하고 아름다운 박찬욱 나라

발행 :

전형화 기자

이상하고 아름다운 박찬욱 나라였다. 박찬욱 나라에서 월드스타 비는 남의 것을 훔치는 도둑놈이요, 어여쁜 여배우 임수정은 건전지를 주식으로 삼는다. 그곳에는 거꾸로 걸어다니는 마냥 미안한 남자와, 양말을 비비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여자,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아줌마가 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오는 7일 개봉하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제작 모호필름)는 토끼를 쫓아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앨리스처럼 길을 잃고 헤매이기 쉽상이다.


특이한 정신세계를 소유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신세계 정신병원. 이곳에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믿는 한 소녀(임수정)가 입원한다. 밥 대신 건전지로 자신을 충전하고, 형광등과 자판기를 친구로 삼아 진지하게 대화하는 이 소녀는 신세계 정신병원에서 다른 사람의 소중한 무엇을 훔치는 한 남자(정지훈)를 발견하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쥐라고 믿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할머니의 복수를 위해 자비심을 버려야 하는 소녀는 소년에게 자신의 자비심을 훔쳐 달라고 말한다. 소녀의 자비심을 훔치기 위해 그를 관찰하던 소년은 어느새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싸이보그라서 고장날까봐 밥을 먹지않는 소녀에게 밥을 먹여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박찬욱이 사랑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12세 관람가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복수를 주요 테마로 즐기던 박찬욱 감독이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거기에 월드스타 비가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되면서 이슈를 더했다.


지난 1일 시사회가 열린 서울 용산CGV에는 이런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이 몰렸다. 주최측은 4개관 1200명 자리를 준비했지만 100여명이 자리가 없어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마침내 뚜껑을 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러나 역시 박찬욱표 영화였다. 그동안 어두운 세계를 지향했던 박찬욱 감독은 파스텔풍의 세계를 창조하고 거기에 정지훈과 임수정이라는 선남선녀를 풀어놨지만 그 세계는 여전히 박찬욱 월드였다.


싸이보그 임수정은 여전히 복수를 지향하고 그 복수는 환상 속에서 이뤄진다. 오달수를 비롯한 막강 싸이코 군단들은 박찬욱 영화의 다른 조연들보다 한층 기괴한 캐릭터로 등장, 영화에 색을 더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이다. 단지 기괴할 뿐이다. 유혈이 등장하되 낭자하지 않고, 섹스가 등장하되 잘 보이지 않는다. 정신병자들의 사랑 이야기이기에 환상이 등장하고 그 환상은 기괴하지만 순수하다. 이 영화에서 시종 등장하는 물음인 '존재의 이유'는 맥거핀일 뿐 사랑과 존재에 이유는 없다. 어떤 사랑이던 사랑은 환상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사랑이라는 환상을 박찬욱식으로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냈다.


싸이보그라고 자신을 믿는 임수정의 연기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임수정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아웃사이더 이미지에 좀 더 깊이 들어가 그밖에 그릴 수 없는 귀엽고 깜찍한 정신병자를 연기했다.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 정지훈도 그의 이미지에 걸맞은 건강한 정신병자를 잘 소화해 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기괴하고 웃기며 아름답고 이상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12세가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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