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정화, 팔색조라는 표현이 그녀만큼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 섹시함과 솔직함이 어울러진 가수부터 청승맞은 역부터 도도함과 성적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연기까지... 엄정화는 90년대 섹시 아이콘이였고, 여전히 당당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말 9집으로 활동하면서 파격의상 논란을 일으켰으며, 15일 개봉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사랑'ㆍ감독 정윤수ㆍ제작 씨네2000)에서도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엄정화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또 다른 버전인 것처럼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고민하는 유부녀를 연기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싸움 같은 정사신을 연기했다.
엄정화의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녀에게 직접 물었다.
-지난해부터 '미스터로빈 꼬시기'에 음반 활동, '지금 사랑'과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까지 전혀 쉬지 않았다. 워커홀릭인가?
▶데뷔할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워커홀릭?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달 정도 쉬고 나면 몸이 답답하다. 애인이라도 있으면 두 달이 재미있겠지만 그것도 아닌 터라...
-왜 연애를 안하고 있는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연애가, 신중해지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고, 또 내 또래에 있는 남자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다. 한 번 만나면 2~3년 가량 치열하게 만나는 성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가수활동을 할 때나 영화를 할 때나 섹시함을 숨기기는커녕 자신있게 드러낸다. 이번 영화에서는 베드신을 재촬영하자고 제의도 했었는데.
▶섹스어필하는 데 당당한 게 내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습 중 일부분이지만 청순가련한 것보다는 당당하고 자신있는 게 나와 맞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여자가수는 섹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김완선 선배나 나미 선배를 좋아했던 것처럼 후배들도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다면 좋겠다.
베드신을 재촬영하자고 한 것은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위도 좀 낮았고. 수위가 곧 감정이니깐. 서로의 감정보다는 격투처럼 묘사된 것 같았다. 이 영화를 택한 이유가 잘 표현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재촬영을 요구하는 게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지금 사랑'을 하면서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한창 활동할 때 결혼을 하면 내 생활의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아예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편안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싱글은 어쩔 수 없이 외롭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지금 사랑'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또 다른 버전 같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한 뒤 친구들이랑 밤을 세면서 결혼에 대해 수다를 떤 적이 있다. 이번 영화도 그럴 것 같다. 결혼은 뭔지, 사랑은 뭔지...
-영화에서처럼 양다리를 걸친 적은 있나.
▶양다리는 없었다. 사랑이 완전히 식었을 때 다른 사람과 데이트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양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정이 없으니깐, 이미.
-가수 활동은 계속 할 것인가.
▶굳이 음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까봐 두렵다. 누가 나를 기다려준다고 이래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게. 콘서트를 하는 게 목표고, 연말쯤 생각하고 있다.
-9집 활동할 때 소위 '속옷 의상' 논란으로 상처를 받지는 않았나.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놀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무대에서 가장 그 노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을 택했을 뿐이다. 오히려 음반 시장이 몰락했다는 게 슬펐다.
-연기자 활동을 하는 후배 가수들에 대한 생각은. 진정성이랄까.
▶Why not. 다만 노래와 연기는 다른 것 같다. 자기표현이나 느낌이랄까 그런 것에 더 충실하면 좋을 것 같다.
-들키지 않고 바람 필 자신이 있다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와 착한 남편과 새로운 사랑에 갈등하는 '지금 사랑'의 엄정화 중 어떤 게 실제 엄정화와 비슷한가.
▶사랑에 충실한 게 엄정화다. 둘 다 지금 사랑에 충실한 편이다. 난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무리 조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 사랑'은 한채영의 노출에 마케팅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솔직히 불편하지는 않나.
▶연기할 때는 선의의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한채영과 몸매나 그런 게 비교는 되겠나.(웃음) 솔직히 마케팅에 대해서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해한다. 작품을 많이 보러 와주길 바라고 또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믿음이다. 그만큼 갖기도 어렵고 주기도 어렵다. 대신 한 번 믿게 되면 전적으로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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