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수가 여자를 벗었다.
언제나 매혹의 대상으로서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군림했던 배우 김혜수가 새 영화 '열한번째 엄마'에서 여인의 향기를 지우고 엄마로 남았다.
21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열한번째 엄마'에서 김혜수는 쥐 뜯어먹은 듯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등장해 그녀의 또 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극 중 술집에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폭력적인 남자의 집에 얹혀사는 익생막장의 여자를 연기한 김혜수는 '좋지 아니한가'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슬리퍼를 질질 끄는 인물보다 한 걸음 더나간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 초반 팬더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화장을 한 채 힘겹게 고개를 오르던 김혜수는 곧장 화장을 지우고 담배를 피우며 세상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여인으로 둔갑했다. 식권을 모아 간신히 김밥을 사먹는 아이의 먹거리를 빼앗고 먹으면 자고 자면 먹는 여인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아이가 아버지에게 엉망으로 두들겨 맞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악다구니를 쓰면서 점차 마음을 열 때나 엄마로서 온전히 자리매김하는 모습은 '타짜'의 정마담을 비롯해 기존 김혜수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김혜수는 시사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려 했는데 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와 부끄럽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열한번째 엄마'는 김혜수에게 제의를 한 영화가 아니었지만 우연히 그녀가 시나리오를 읽고 먼저 출연을 제의한 작품이다. 이후 저예산으로 추진되던 작품이 김혜수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개봉까지 이어졌다.
김혜수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음을 잊지 않으려 계속 노력했다"며 "관객들이 그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수가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 '열한번째 엄마'는 29일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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