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션스 일레븐'. 영민한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2002년작.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앤디 가르시아 등등 할리우드 톱스타 십수명이 한데 뭉친 액션 오락물. '오션스 트웰브', '오션스 서틴'으로 이어진 성공한 시리즈물.
영화 '오션스 일레븐'은 가볍게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그러나 '그런 작품을 우리 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르면 영화의 무게감은 곱절이 된다. 과연 한국의 '오션스 일레븐'은 가능할까?
캐스팅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오간다. 주연급 배우들, 톱스타들이 한데 뭉친 작품에서는 신경전이 더하다. 영화가 나오면 '누가 잘했다', '누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그러다보니 캐스팅 결정 단계부터 인물에 실린 무게, 등장시간, 캐릭터의 이미지 등 모든 것이 고려 대상이다.
작품 하나가 배우의 부침을 결정짓곤 하는 상황에서 이는 영화 제작사는 물론 배우 개인에게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이를 끊임없이 조절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같은 관점에서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연출 김지운·제작 바른손 영화사그림, 이하 '놈놈놈')에 쏠린 관심과 기대는 남다르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홀로 작품 하나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 만한 배우 셋이 뭉쳐 앙상블을 이뤘다는 점만으로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충무로 관심의 핵이 됐다.
덕분에 지난 7일 열린 '놈놈놈'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세 배우간의 미묘한 경쟁이 없었는지에 질문이 집중됐다. 세 배우는 모두 "경쟁의식은 없었다", "애정과 배려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는 촬영이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럴 리 없다'는 시선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이병헌의 솔직한 답변은 눈길을 끈다. 이병헌은 "친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배역의 크기에 상관 없이 많은 배우들이 모여 좋은 감독과 좋은 영화를 찍어볼 수 없을까 이야기하곤 하는데 마치 우리 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꿈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놈놈놈' 캐스팅 당시 딱 그런 경우는 아니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쉽게 결정하게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배우들 및 감독과의 친분이 인연이 된 예는 없지만 톱스타들을 한데 모은 기획 대중영화들이 제작된 사례는 있었다. 특히 멜로영화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정우성 임수정 염정아 차태현 등 싸이더스 소속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새드무비'처럼 같은 소속사 배우들이 한데 뭉친 경우도 있었고, 엄정화 황정민 임창정 김수로 등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감우성 최강희 정일우 이연희 류승룡 '내사랑' 같은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의 '오션스 일레븐'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배우마다 생각이 다르고 소속사 입장이 엇갈려 캐스팅이 굉장히 까다로울 것"이라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획과 시나리오에 따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이도 있다. 다른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톱스타 남녀 주인공이 캐스팅돼도 투자가 엎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톱스타들이 뭉친 매력적인 기획은 앞으로 더 많이 시도될 것으로 본다"는 전망을 내놨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