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영화 히트가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30만 관객을 돌파한 '워낭소리' 등 일부 독립영화 히트작이 힘든 독립영화계의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독립영화의 현실을 건설하는 감독 모임 긴급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등 5명의 독립영화감독과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은 "'워낭소리'가 너무나도 좋은 스코어로 연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한 영광이다"며 인사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영화화 되기까지를 지켜보며 지금의 결과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며 "좋은 성과물이 되려 나쁜 쪽으로 작용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된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은 "우리 독립영화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나 이렇게 수익이 되는 것만을 영화로 인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며 "지금의 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이고 좋다. 그러나 몇개월간 지켜본 독립영화라는 현실은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영화를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로 나눈다고 한다. 돈 되는 것은 영화로 보고 돈 되지 않는 것은 비상업영화로 테두리에다 가두겠다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면 슬프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돈 되는 과가 경영학과라면 나머지는 비 경영학과가 되는 것이냐? 너무나 절망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안해룡 감독은 "개봉 자체가 힘든 과정이었다. 개봉 준비에 1년 이상이 걸렸다. 광고 등의 준비에 3000∼4000만원이 소요되는데 제작비를 상회하는 금액이 되곤 한다"고 토로했다.
안 감독은 "'워낭소리'도 지원작이지만 히트하는 바람에 지원을 안해줘도 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돈 잘 버는데 무슨 지원이냐는 것이다"며 "지금의 현실이 독립영화의 현실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 간담회 취지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 중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은 2008년에 폐지됐다. 독립영화제작지원 예산은 몇 년째 6억원으로 고정된 반면, 정부의 지원정책은 영화산업으로만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영재 사무총장은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 등이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고, 흥행 등 과거와 못 보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독립영화계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직접 영화를 개봉하거나 개봉 준비중인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는 자리를 일부러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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