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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카이거 "거장? 그런 건 안 하는게 좋다"(인터뷰)

첸카이거 "거장? 그런 건 안 하는게 좋다"(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

그는 한 실존인물을 모티브 삼아 두 영화를 만들었다. 실존 경극배우 매란방을 소재로 두 편의 작품을 만든 아시아의 거장 첸카이거 감독이다. 1993년 경극에 얽힌 슬픈 사랑과 운명을 그린 영화 '패왕별희'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첸카이거 감독은 16년이 지난 2009년 역시 경극 배우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매란방'을 만들었다.


여명이 주연을 맡은 '매란방'의 주인공인 매란방은 1930년대 활동했던 중국의 전설적인 경극배우다. 첸카이거 감독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매란방'과 그 주인공인 실존인물 매란방, 그를 연기한 배우 여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역시 매란방이 모티브가 됐던 '패왕별희'의 배우 장국영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매란방이란 인물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느껴진다.


▲ 1991년 장국영과 홍콩을 방문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이 매란방의 무덤에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장국영이 꽃을 들고 무덤에 서 있을 때, 많은 감정이 오가는 것 같았다.


아직 할 이야기를 다 못한 느낌이다. 여자의 모습을 하고 경극 팬들과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궁금하다. 영웅인지 보통 사람인지도 궁금하다.


그는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인물이 죽음으로 사회와 시대에 저항했다면 매란방은 용기있게 살아가면서 시대를 이겼다고 생각한다.


-여명과 장쯔이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 둘 모두 훌륭하게 연기를 펼쳤다. 감정이 넘치지 않도록 잘 컨트롤했다. 특히 지금도 가족이 남아있고, 존경받는 인물인 매란방은 특히 연기하기가 힘든 인물이다.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인물이라 더 표현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장쯔이가 맡은 맹소동은 다소 다르다. 예전 장쯔이가 반항적이고 복수심에 불탄 역할을 자주 했다면 이번에는 사랑이 충만한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왜 여명을 캐스팅했나?


▲ 여명은 매란방이란 실존 인물과 기질적으로 비슷한 점이 있다. 매란방의 아들도 굉장히 만족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여명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경극 배우는 많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마치 무사처럼 겉으로 많은 걸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여명에게는 있다. 장국영이 불같은 인물이라면 매란방은 물같은 인물이다.


-아시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내가 스스로 거장이라 생각했다면 난 아마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거장들의 영화들은 너무나 지루하다. 거장은 안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혹 코미디 영화도 즐겨 보는지?


▲ 코미디 영화나, 남들이 쓰레기라고 하는 영화도 다 본다. 영화는 코미디든 비극이든 설사 안 좋은 영화든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영화 속에도 좋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모든 작품을 보며 배운다. 아무리 안 좋은 영화도 찍는 사람은 마음을 다해 찍지 않나. 근래 느끼는 게 있는데, 인간은 다 똑같다는 거다.


-장동건과 '무극'을 함께 했다. 다른 탐나는 한국 배우가 있는지.


▲ 한국영화가 아시아 영화의 선두주자에 있었던 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고 많은 좋은 인재가 있기 때문이다. 장동건도 그 훌륭한 인재 중 한 사람이다. 그 외에 '올드보이'의 최민식과 한번 일해보고 싶다. 최민식씨는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연기를 하더라. 그리고, 기회가 되면 장동건씨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한국에서도 장국영에 대한 추모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혹 장국영이 살아있었다면 '매란방'에 출연할 수 있었을까.


▲ 그가 죽었을 때,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그를 잘 안다. 그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사람이 자살을 택한 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장국영 본인도 목숨을 끊기 전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할 것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매란방' 출연? 그가 살아 있다면 모를까, 그가 없기에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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