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저예산 상업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의 절반에 달하는 15억원 미만으로 제작되는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을 뿐더러 준비 중인 영화들도 상당하다.
지난해 '고사:피의 중간고사' '영화는 영화다' 등 저예산상업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계에서는 군살빼기와 함께 저예산상업영화가 하나의 흐름처럼 인식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 제작비 10억원 미만 영화가 38편으로 전제 개봉편수의 35.2%를 차지한다.
올해 들어 '실종'과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각각 50만명과 65만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자 이 같은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올해 기획중인 저예산상업영화만 해도 '10억' '러브픽션' '반가운 살인자' '오빠가 돌아왔다' '천국의 향기' '부,산' '집행자' '폭풍전야' '영도다리의 소녀' 등 10여편이 넘는다.
일단 영화계에서는 저예산 상업영화가 잇따라 제작되는데 긍정적이다. '반가운 살인자'를 기획했던 김미희 싸이더스FNH 대표는 "그동안 저예산영화라면 예술지향적인 영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거품을 줄여 또 다른 상업영화의 윈도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제작비를 합리적으로 줄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고사'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 제작한 두 편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긴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경우 OST가 3억원, 주연배우 권상우 팬미팅이 2억원 정도 수익을 냈다. 이것을 모두 제작에 투입해 전체 제작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올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남남북녀'라는 코미디 영화를 기획 중이다.
저예산상업영화가 감독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 제작 시스템을 기획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십억'을 제작 중인 조성규 스펀지 대표는 "기획자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 영화 제작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저예산 영화가 많이 제작될수록 다양한 재능을 가진 신인 감독 배출이 더 쉬워져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장훈 감독, '미쓰 홍당무'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 등 지난해 저예산으로 상업영화에 입문한 감독들이 속속 등장한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김미희 대표는 "신인 감독에 큰 프로젝트를 맡기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저예산영화로 경험을 쌓으면 신인 감독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쇼박스와 손잡고 30억 이상 제작비가 투입되는 '의형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저예산영화가 대거 제작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30~40억원 규모의 영화가 허리를 두텁게 하고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저예산영화가 피라미드 형태로 제작되어야 산업구조가 안정적인데 반해 현재는 양극화 현상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런 여파로 인해 스태프와 배우들이 적은 임금을 받고 울며 겨자먹기로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산업노조 한 관계자는 "최저 생활비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스태프들이 작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아예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저예산영화라도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로 구분돼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 시스템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영진위가 운영하는 다양성영화펀드의 경우 P&A 비용이 제작비의 50%가 넘을 경우 지원을 하지 못하게 돼있다. 저예산영화라도 상업영화의 경우 P&A 비용이 상당히 들기 때문 현행 방식으로는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저예산으로 제작될 경우 창작자가 그리고 싶은 바대로 영화가 완성되지 않아 결국은 전체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위한 최소한의 제작비가 필요한 법"이라며 "거품이 다소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제작비를 줄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투입하고 있는 요즘, 저예산영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공멸의 지름길이 될지, 오늘도 저예산영화는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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