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주유소습격사건2'(이하 주유소2')은 주유소를 배경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매력을 발산한다는 특징이 있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주유소의 특성상 멤버들의 개성은 스크린에서 튈 수밖에 없다.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야부리 역의 정재훈이다. 겉으로는 싸움 짱 같지만 알고 보면 말로 싸우는 그렇지만 겁이 없는 개성 강한 인물이다.
이 같은 캐릭터 어디선가 본 듯하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외모도 눈길을 끈다. 어디서 봤을까? 바로 '강철중-공공의 적1-1'(이하 '강철중')에서 설경구에게 겁 없이 덤비던 고등학생이다. 불과 2~3분 남짓 나오지만 관객들은 눈을 부라리며 설경구를 째려보던 그를 기억한다. '주유소2'의 캐스팅도 '강철중'과 인연에서 시작됐다.
"김상진 감독님과 '강철중' 술자리에서 만났다. 김상진 감독님이 다음에 나랑 영화를 하자고 하셨고 1년이 지난 뒤 오디션을 보라는 소식이 들렸다"
정재훈은 그동안 준비된 배우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오디션만 10년을 봤다고. 21~22살 때는 배우가 됐다는 사실에 우쭐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30살이 됐다. 무명으로서 느끼는 아쉬움은 그를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을 만들었다.
"오디션도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나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오디션용 특기가 있어야 한다. 가령 이건 죽는 연기 모음 입니다 라며 다양하게 죽는 모습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주변 배우들도 혀를 내두른다. 함께 출연한 지현우는 "정재훈이 연기할 때는 집중력이 너무 뛰어나서 옆에 다가가기 무섭다. 정말 성공했으면 하는 배우다"고 극찬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가 동료 배우를 칭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재훈의 출연작은 '추격자' '세븐데이즈' '동갑내기 과외하기2' 등 9편에 달한다. 작지만 최선을 다한 연기에 그는 어느덧 주연에 오를 수 있었다. 누구한테도 지지 않고 싶었다는 정재훈. 그렇기 때문에 '주유소2'에 캐스팅 됐을 때 욕심보다는 걱정이 컸다. "캐스팅 소식에 정말 좋다기보다 어떻게 캐릭터를 표현할까 걱정이 됐다.
주연이 됐다는 기쁨에 연기에 대한 열망이 사라질까 조심했다" 영화에서는 말이 앞서는 야부리지만 실제로는 연기에 대해 진지한 정재훈이다. 그는 첫 주연 소감에 대해 "제가 주연을 많이 했으면 노하우가 있었을 텐데 요령이 많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열린 '주유소2' 언론 시사회에 불참했다. 아버지께서 췌장암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감하셨기 때문. 사실 정재훈은 영화 촬영 중에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첫 주연작을 망칠까 하는 걱정에 가족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 제가 '주유소2'에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낚시 선수였던 아버지께서 집을 자주 비우셨다. 그때 반항하는 탓에 많이 속상하게 했었는데"
정재훈은 앞으로 밥 그릇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세련되고 어쩌다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배우가 아니라 항상 구수하게 재미를 얹을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자식 사랑의 마음을 기억하는 연기자로 성장하고 싶다. '주유소2'는 정재훈에게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