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재인이 '콘크리트 마켓'을 통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촬영 현장의 혹독한 추위마저 감정의 도구로 승화시킨 이재인이다.
최근 이재인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웨이브 드라마 '콘크리트 마켓'(극본 곽재민, 연출 홍기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 물건을 사고파는 황궁마켓이 자리 잡고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3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마켓'의 시리즈 완전판으로 지난해 12월 23일 공개됐다. 극 중 이재인은 황궁마켓의 질서를 흔드는 의문의 지략가 희로 역을 연기했다.
이재인은 낯선 세계관에 녹아드는 과정이 쉽지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장의 힘을 믿었다. 그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땐 세계관에 어떻게 몰입해야 되나 고민했는데 세트장이 잘 구현돼 있었다"며 "아파트와 시설이 잘 구현돼 있었다. 희로가 나라는 상태가 됐다. 그래서 더 몰입이 잘 됐다"고 말했다.
현장의 혹독한 추위조차 그에게는 연기의 도구였다. 이재인은 "설정이 겨울인데, 실내에서도 입김이 나왔다. 다들 춥고, 어려운 촬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런 것들이 너무 잘 어울리고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춥긴 추웠다"고 솔직한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감정신이 있으면 추운 게 오히려 좋았다. 추위가 슬픔이란 감정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몰입이 잘된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이재인은 상대 배우 홍경이 연기한 태진과의 관계성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일단 태진이란 캐릭터가 시점자라 생각하고 촬영을 했다"고 전한 그는 "보통은 내가 서술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태진의 성장스토리처럼 보였다. 그 성장을 이끄는 사람이 희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진이 준주인공이고, 희로는 그 인물을 성장시키는 빌런 같기도, 선역 같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홍경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존경심도 드러냈다. 촬영 당시를 회상하던 이재인은 "(촬영 당시) 난 중학생, 홍경은 대학생이었다. 나이가 나보다 많으니 현장에서도 오빠처럼 챙겨줬다"고 설명했다. 촬영 종료 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서 재회한 홍경이 어색했다고 고백하면서도 "명절 때 친척 오빠를 다시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우로서 홍경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재인은 "촬영할 때 집중하는 힘이 있는 배우라 느꼈던 게, 배우들이 엄청 춥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촬영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워서) 몸이 굳어지기도 하는데 계속 움직이며 풀려고 하더라. 또 바로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며 "나는 떨리면 떨리는 대로 연기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촬영 내내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체력이 강한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아역으로 시작한 이재인은 오랜 시간 연기의 길을 걸어오며 배우에 대한 확고한 소신, 철학도 생겼다. 그는 "항상 내가 지키는 규칙이 있다. 한 작품을 촬영하고, 그 작품을 보고 성장해나가는 게 흐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이번 작품을 하며 그때여서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희로를 했으면 안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매 순간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고자 하는 진심을 전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 촬영 당시 느꼈던 고립감과 이를 극복하게 해준 현장의 따뜻함에 대해서도 덤덤히 고백했다. "'하이파이브'는 촬영이 바빠지고 학교를 그만두고 일터로 나와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친구가 없다고 느끼던 상태였다"고 털어놓은 그는 "근데 배우들, 감독님과 일하면서 현장의 일원으로서, 친구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때의 감정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인은 자신의 강점도 잘 아는 배우다. 그는 유려한 끼나 외모보다 '소통의 능력'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내 연기, 외모, 끼에 확신이 없는 순간도 있었다. 근데 내가 잘하는 게 있다면 말을 잘 알아듣는 것"이라며 "감독님의 그림에 잘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정확히 알아듣고 빠르게 연기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내가 한 해석을 확정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놓고 가지만, 정확하게 정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면 바로 바꿀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게 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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