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시’의 ‘0점 채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시’(감독 이창동)를 제작한 파인하우스(대표 이준동)는 16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의 해명을 반박하며 영진위를 비난했다.
파인하우스는 “1차 심사 당시부터 지금까지 제작사는 한 번도 먼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항의를 한 적이 없다. (0점 논란은) 칸 수상 이후 네티즌과 언론의 문제제기에 의한 것”이라며 “이창동 감독은 논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원치 않았고 제작사는 이를 존중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영진위가 제작사와 감독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하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해 입장을 전한다”고 알렸다.
파인하우스는 “영진위는 지원사업 신청자가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를 제출했다고 해명했지만, 우리는 대사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진 완성된 형태의 시나리오를 제출했다. 감독이 문학적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신 번호만 붙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작사의 입장에서 영진위의 관습적인 시나리오로 고치는 데 불과 한 두 시간이면 충분한 작업을 굳이 마다하고 ‘무리하게’ 제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트리트먼트 제출 전례를 언급했다. “영진위는 이미 시나리오가 없고 촬영 당일 최종 대본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를 트리트먼트로 서류 접수했고, 심사를 해서 지원한 전례가 있다”면서 “그런데 ‘시’는 트리트먼트도 아니었고 완성된 시나리오였다. ‘서류미비’로 탈락시켰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에서도 제작 예정인 작품 대상이라는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음에도 심사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다며 배려해줬다’는 영진위의 발표에 대해서는 “2차 지원 접수는 8월 17~21일이었다. ‘제작예정’이란 요건은 접수일 기준이 상식”이라며 “심사일(12월 2~4일) 기준이라면 심사 시작까지 무한정 촬영을 미뤄야 할 것이므로 ‘시’를 배려한 듯이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왜 접수가 시작되고 4개월이 지나서야 심사를 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역공했다.
영진위는 간접지원을 했다고 하나 “‘시’가 마스터지원사업에 탈락한 것과 다양성펀드 등에서 투자를 받은 것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면서 “다양성 펀드는 투자사인 유니코리아에 3억원, 중형투자조합에서 2억원을 투자했을 뿐 제작사인 파인하우스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이는 마스터지원사업처럼 조건없는 지원이 아니라 엄연한 투자”라고 반박했다.
파인하우스는 “영진위의 논리대로라면 펀드나 조합이 투자한 모든 한국영화는 영진위가 지원하는 영화라는 말인가”라며 “이들의 투자 결정은 영진위의 지시가 아니라 독립 자체 심사위원회를 통한다. 이를 무시하고 결정대로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다는 것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영진위가 사실 관계를 교묘히 호도하며 오히려 제작사와 감독의 침묵을 적반하장격으로 비난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영진위의 영화지원 정책과 사업운용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야기되고 있는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의심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직시하고 진지하게 성찰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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