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표정 하나에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김옥빈(25). 보면 볼수록 비밀스러운 뭔가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그다. 아직 20대 배우인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김옥빈만의 색(色)을 구축했다.
배우가 자신의 색을 만들어 내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더욱이 20대, 여배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는 노출, 파격도 거리낌없이 소화했다.
김옥빈은 '여배우들'에서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캐릭터를, '박쥐'에서는 섬뜩하고 과감한 노출로, '고지전'에서는 북한군 저격수로 열연을 펼쳤다. 세 작품에서 김옥빈의 공통적인 매력은 바로 무(無)다. 기본적으로 표정 없는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색깔의 표정을 씌어도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로 관객들과 만난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담한 쟁탈전을 그린 범죄 사기극이다.
극중 김옥빈은 몸이 앞서는 행동파 동화 역을 맡았다. 동화는 시체를 훔치자는 창의적인 범죄 수법과 이를 결단력 있게 실행에 옮기는 대담함을 가진 캐릭터다.
김옥빈은 "이번 영화는 20대 김옥빈의 나이를 찾아준 영화다. 촬영장은 즐거웠고, 언제나 그랬듯이 남자 배우들의 사랑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시체를 훔쳐야 하는 영화. 김옥빈은 실제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시체를 훔칠 수 있을까. 그동안 작품에서 본 김옥빈을 생각하면 한 번 시도해 볼 법하다.
"극중 동화라면 가능할 것 같다. 아버지가 평생 일한 것들을 한 순간에 잃고, 사고까지 당했는데 동화로서는 못할 게 없다."
김옥빈의 이번 출연 영화가 시체를 소재로 한 만큼 시체에 관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시체 보관실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시체 보관실에 갇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웃음) 그냥 철판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사실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발쪽이 뚫려 있었고, 스태프가 발을 잡아주고 있었다. 시체 보관실에 들어간 느낌, 춥지가 않았다."
그는 시체 보관실보다는 묘지에서의 촬영 당시를 추천했다. 촬영이 들어갈 때랑 나올 때의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는 것.
"묘지에서의 촬영은 오래했다. 묘지에서 출퇴근을 했다. 묘지에 첫 촬영을 하러 갔을 때 관리인 아저씨가 멀리서 왔다며 마음껏 촬영하라고 했다. 그러나 불을 붙이는 장면을 보신 후로는 표정이 바뀌셨다. '당신들은 누구야'라고 할 정도였다."
김옥빈은 '시체가 돌아왔다'에는 곳곳에 숨은 코믹 요소가 있다고 했다. 관객들에 따라 해석하기에 다르겠지만 영화 속 장면, 특히 아파트 장면을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아파트 신은 전부 다 추천해주고 싶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특히 국정원 언니가 천을 감싸는데 그 장면의 글자를 잘 살펴보시길 바란다. 감독의 위트를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는 '시체가 돌아왔다'는 해석하기 나름이라면서도 허술함 속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자신이 출연한 대다수의 작품에서 다크매력을 뽐낸다. 20대 여배우라면 멜로를 통해 여성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을 텐데, 그에게는 그런 내색조차 없다. 설마 멜로는 관심이 없는 걸까.
"제가 생각하는 멜로는 '봄날은 간다'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어른들의 사랑이다. 30대 정도 되면 제가 생각하는 멜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크매력이 넘치는 김옥빈. 그는 얼마나 더 파격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에게 파격은 어디까지 갈까.
"사실 저, 몸 개그를 하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시체가 돌아왔다'를 촬영하면서 동화는 시크해야 된다는 감독님의 말에 힘들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이 몸 개그 하는 걸 보면서 저도 아이디어를 냈지만 감독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하셨다. 개그를 할 수 있는 영화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여배우가 몸 개그를 하고 싶다고 하니 의외였다. 예쁜 척하는 건 싫다는 김옥빈이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요즘 KBS 2TV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여배우들이 출연, 그래서 그에게 출연 생각을 물었다. "제가 출연하면 안 웃길 것 같다."
김옥빈은 앞으로 건강한 여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몸 개그도 사리지 않는 잡식성 여배우가 희망사항이라고 밝혔다.
"제게 어떤 역할을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저는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둔다. 어떤 영화에 김옥빈이 나왔다는 걸 자랑한다. 또 하나,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시나리오부터 동참하고 싶다."
김옥빈은 영화와 달리 성격에 반전이 있다고 밝혔다. 일상에서도 웃음기 하나 없을 듯한 그에게 반전은 바로 애교.
"제가 웃지 않고 무표정하게 있으면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번은 인터뷰를 할 때 무섭다고 하시는 분이 계셨다. 그래서 제가 무섭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명을 했다. 김옥빈은 알고 보면 애교가 많다. 연기를 할 때도 설렁설렁 하려고 할 때도 있을 정도다."

김옥빈은 자신에 대해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배우로서 보이는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이다. 더불어 대중들이 말하는 김옥빈의 다크매력에 대해서도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게 제 매력이라고 하면 계속 뿜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게 김옥빈의 매력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다. 제 생각은 이렇다. 억지로 꾸며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김옥빈은 20대의 아름다움을 뽐내려 하는 여느 여배우들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에 대해 언급했다.
"억지로 예쁜 모습 보여주려고 하면 더 안 예쁜 것 같다. 연기할 때 더욱 그렇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때 제가 맡은 배역을 위해 신경 써야 하는 게 맞다. 예전에 드라마 촬영 때 조명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어느 순간 예뻐지기를 포기하면 예뻐진다'고 말이다. 억지로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래서 재미를 붙인 연기가 대중들에게도 더 쉽게 다가갈 것 같다. 예뻐진다는 것. 요즘에 화장하는 것도 귀찮다. 그래서 남들 다 붙이는 눈썹도 서른 살이 되면 붙일 생각이다."
김옥빈은 차기작으로 김현석 감독의 'AM 11:00'에 출연을 확정,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대중들과 만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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