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김혜성, '친구사이?'의 이제훈 연우진, '후회 하지 않아'의 김남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유아인. 김조광수 감독이 제작하거나 연출한 영화의 신예들은 모두 스타가 됐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김조광수의 남자'가 있다. 감독의 첫 장편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의 민수 김동윤이다.
2003년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10년차 배우, 서른 셋 김동윤은 출연한 영화가 개봉이 취소되고, 드라마에서 콤비로 출연하던 배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는 등 몇 번의 불운에도 끊임없이 시청자와 관객을 만났다.
김조광수 감독의 세 번째 민수 김동윤, 10년 동안 묵묵히 연기내공을 쌓아온 그에게도 김조광수의 마법이 통할까. '두결한장'의 개봉을 앞두고 김동윤을 만났다.
-영화가 드디어 공개됐다. 기분이 어떤가?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 영화가 끝났는데 반응이 없더라. 아쉬운 장면들이 많았는데 역시 내가 잘 못해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에 내가 누를 끼쳤구나 하는 생각.
그런데 VIP시사회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기립박수 쳐주시고 모르는 분들도 영화 잘 봤다고 해주시고. 감독님이 포장을 잘 해주셔서 재미있게, 예쁘게 나온 것 같다.
제 1공판에서 징역을 받았고 어제는 집행유예로 풀린 것 같은 느낌? 개봉하면 반성문 쓰는 느낌일 것 같다.
-첫 게이 역할이었다. 촬영 중 부딪히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민수가 커밍아웃하는 장면을 나름대로 준비는 많이 했는데 내가 감독님의 생각을 100%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NG도 많이 나고 촬영도 많이 했다. 그 외에도 한 두 장면 정도가 불만족스럽게 끝난 것 같아서 아쉽다.
감독님도 솔직히 만족 못하셨을 것이다. 시간적 제약이 있어서 가 장 나은 걸 쓰신 것 같다. 나도 체력이 세다면 센데 예산문제도 있고 해서 급박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송용진과 키스신, 베드신 촬영은 어땠나?
▶키스신은 그림도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나름대로 만족했다. 송용진과도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첫 키스의 설렘과 배경, 조명도 잘 나왔고 앵글도 잘 잡아 주셔서 만족한다.
베드신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가장 힘들었다. 세트 촬영 마지막에 찍었는데 거의 3박 4일 동안 세 시간 정도 밖에 못잔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 세트 촬영의 한 90%가 내 신이었다. 마지막에는 제정신으로 찍은 것 같지가 않다. 오케이 하고 앵글 바꾸는 그 틈에도 잠들었다. 추운데 팬티만 입고 있는데도 잠이 오더라. 눈이 퀭하게 안 나온 게 다행인 것 같다.

-송용진은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다더라. 김동윤은?
▶나도 한 7㎏ 정도를 뺐다. 스태프들은 고기 먹을 때 우리는 살 안찌는 국수 같은 걸 먹고. 서러운 시간이었다.
티나 역의 박정표는 오히려 살을 찌웠다. 사실 눈썹도 진하고 잘생겼는데 영화를 위해 8㎏ 정도 찌웠다. 감독님이 밤마다 전화해서 "오늘은 치킨 먹고자"하면서 계속 먹였다. 그렇게 먹었는데도 살은 안찌고 배만 나오더라. 티나가 살찌우기 전 모습이었으면 거부감 느끼는 연기가 그렇게 실감나게 안 나왔을 것 같다(웃음).
-민수는 왜 술을 마시고 티나를 불렀을까?
▶티나는 착하고 좋은 친구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다. 그 친구가 고민을 토로 할 때도 내가 있고, 게이 언니들에게 얘기 못할 것을 공유 하는 관계다. 이 친구는 민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티나는 민수 취향이 아니라 그 부분을 좀 미안하게 생각한다. 자기의 애인이 될 수는 없지만 의지가 되는 그런 느낌 때문에 전화를 한 것 같다.
-KBS 1TV 일일연속극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 철부지 둘째 아들로 출연중이다. 드라마에서는 철부지, 영화에서는 소심남이다. 실제 성격은 누구에 가깝나?
▶딱 중간인 것 같다. 너무 조용한 것도 아니고 너무 욱하는 성격도 아니고 딱 중간점인 것 같다. 운이 좋은 게 영화나 드라마가 캐릭터가 겹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러 가지 인생을 살아보는 것 같아서 축복받은 연기자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게이 역할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반응은 잘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잘 얘기를 안했다. 퀴어영화 라서가 아니라 전에 영화를 찍고 개봉을 못한 적이 있어서(웃음). 나중에 개봉 될 때 말씀드리고 싶었다.
형에게만 얘기했다. 형이 김혁이라는 연기자다. 우리 영화에도 석이의 유부남인 전 남자친구로 우정출연 해줬다. 형도 열심히 해라, 좋은 기회 받은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
주변에는 그냥 "이번에 처음으로 주인공인데 곧 촬영 들어갑니다" 라고만 얘기했다. 근데 예고편 보고 전화가 슬슬 오더라. "너 남자랑 키스도 했냐?"라고.
-연기를 꽤 오래했다. 지금까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애착가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민수다. 캐릭터 중에서도 동성애자이잖나. 아무나 해볼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게 축복이었다. 시나리오 자체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애착이 많이 갔고 감독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라서 촬영 내내 새로운 걸 알아가면서 흥미 있게 촬영했다.
-감독은 왜 김동윤을 캐스팅 했을까?
▶쌍꺼풀 없는 눈?(웃음) 예전에 '두근두근 체인지' 시트콤을 했을 때 게이 커뮤니티에서 인기가 많았다더라. 감독님 주변 분들도 "쟤 완전 내 스타일이야"라면서 많이 좋아해주셨단다.
감독님도 쌍꺼풀 진하게 생긴 사람보다는 나 같은 인상이 호감 간다고 하셨다. 근데 이렇게 덩치가 클 줄 몰랐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살빼!"라고 하시더니 나중에 뼈 골격을 보시고 "아휴 이건 살로 될 게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김조광수 감독이 제작하거나 연출한 영화에 출연한 신예들은 대부분 스타가 됐다. 솔직히 기대되지 않나?
▶우리끼리도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했는데 나부터 마이너스의 손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기대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워낙 큰 역할을 주신 감독님의 은혜는 평생 못 잊을 것이다. 촬영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작은 거인, 거기에 걸 맞는 멋진 분이신 것 같다.
-솔직히 말해보자. 몇 만 예상하나?
▶VIP시사회 끝나고 전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이 만원 씩 내기를 했다. 나는 62만 3272명에 걸었다(웃음). 감독님은 30만 얘기했다. 감독님이 30만 관객이 차면 동남아, 50만을 넘기면 하와이 가기로 약속하셨다. 동남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