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가 대목 추석 극장가에 한미 기대작들이 줄지어 관객을 기다린다. 스크린을 수백 개씩 거느린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어렵게 관객을 만나고 있는 '작은 영화'들이 있다. 눈여겨 상영관을 찾아보고 일부러 발걸음을 옮기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품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은 보물들이다.

◆ 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만든 일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늑대인간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여리지만 강인한 어머니의 이야기. 늑대가 될 지, 인간이 될 지 고민하는 듯 했던 두 늑대인간 어린이의 성장담이 정갈하고 서정적인 2D 그림체 속에 담겼다.
엉뚱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판타지지만 모성과 성장, 사랑과 우정, 이웃 간의 정과 자연의 위대함 등 현실에 발붙인 주제들에 대한 감독의 깊은 성찰이 느껴진다. 늑대인간 꼬마 남매 유키와 아메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깜찍하고, 헌신적인 싱글맘 하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대단하다.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주자로 떠오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뛰어난 역량, 주춤한 듯 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선 이리저리 떠밀려 개봉관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일본에선 개봉 첫 주부터 신드롬 가까운 인기를 모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전체 관람가.

◆ 이탈리아 횡단밴드
왕년에 잘 나가던 동네밴드 친구 4명이 10년만에 팀을 재결성했다. 음악에 꽂혀, 낭만에 꽃혀 길을 떠난 이들은 음악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를 도보로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 횡단밴드'는 저마다 철없는 아저씨들의 로드무비이자 흥겨운 음악영화다. 당나귀를 동원한 이들의 여행길은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듯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느리고 소소하지만, 정겹고 따뜻하다.
음악이 내러티브의 중심이 되고, 음악이 흘러나올 땐 갑작스레 콘서트처럼 돌비 사운드를 지원하던 기존의 음악 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 대신 여행 중 펼쳐진 실제 라이브 공연의 흥겨움을 한껏 살렸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친구들과 훌쩍 더나 술도 마시고 여자도 만나고 춤도 추고 캠핑도 하는, 40대 평범한 남자들이 꿈꾸는 로망이 그대로 담겼다는 평가. 역시 본국인 이탈리아에서는 큰 화제와 인기를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 잔잔한 재즈와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광이 주는 여운이 상당하다. 15세 관람가 등급이다.

◆ 지상의 별처럼
인도의 작은 마을, 귀여운 8살 이샨은 학교 수업엔 도무지 관심이 없는 아이다. 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특별한 상상을 하곤 하는 이샨은 사실 난독증이 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할 턱 없는 친구들은 이산을 따돌리고, 선생님은 문제아로 취급하고, 부모님은 이산을 기숙학교에 보내기까지 이른다. 그러나 열혈 선생님 니쿰브는 이샨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 경쟁 학습 중심의 학교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샨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문제아는 희망의 소년이 된다.
지난해 '세 얼간이'의 열풍을 잇는 '발리우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서 주인공 천재 공대생으로 분했던 아미르 칸이 연출을 맡고 직접 선생님 니쿰브로까지 열연을 펼쳤다. 아이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영화의 메시지가 오늘 우리 사회에 주는 울림이 상당하다. 어린 배우의 때 묻지 않은 연기와 따뜻한 메시지도 일품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지상의 별처럼 제 색깔로 반짝일 수 있기를. 전체관람가다.

◆ 피에타
청계천을 돌며 사채빚을 받아내는 주인공 강도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다. 채무자들을 장애인으로 만들어 보험금을 타낸다. 그런 그 앞에 어느날 엄마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처음으로 가족을 대면하게 된 남자는 거부하지만 이내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고, 그의 삶이 조금씩 변화할 때 쯤 홀연히 여자는 사라진다. 그 여자에겐 비밀이 있었다.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한국영화계의 일대 획을 그은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 수직적 자본주의의 그늘, 결국엔 돈이 모든 문제가 되는 현실을 담아냈다. 따뜻한 감동, 웃음이 주를 이룬 추석 극장가에서 '피에타'는 분명 이질적인 작품이다. 김기덕답게 잔혹하고 강렬하며 불편하다. 그러나 이번이 조민수의 열연, 이정진의 변신을 극장에서 확인할 마지막 기회. 논란과 화제의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선언대로 10월 3일만 스크린에 걸린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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