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뜻밖의 여정'이 13일 개봉한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작품은 2002년부터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프리퀄. 첫 편인 '뜻밖의 여정'(An Unexpected Journey)을 시작으로 2편 '데솔레이션 오브 스마우그'(The Desolation of Smaug. 2013년), 3편 '데어 엔드 백 어게인'(There and Back Again)이 이어진다.
'호빗' 시리즈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 사건발생 60년 전 이야기를 그린 프리퀄인 만큼, 과연 '반지원정대' '두개의 탑' '왕의 귀환'이 슬그머니 내놓았던 각종 '퍼즐'들이 이 '호빗' 시리즈를 통해 정교하게 그리고 속 시원하게 풀릴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비록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비록 어느덧 10년전 작품이라 못 본 어린 관객도 많겠지만, 어쨌든 프리퀄은 작정하고 볼수록 보통 영화와는 다른 직소퍼즐 풀기 쾌감이 있는 것이니까.
지난 10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된 '호빗: 뜻밖의 여정'은 이런 프리퀄로서 '사명'을 거의 100% 수행했다. 2, 3편이 남아있으니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면서 대충 넘어갔던 장면이나 대사들도 '비로소' 이해가 갈 부분도 더 많이 생길 터. 거꾸로 말하면 새로운 영화 세대에게 옛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호빗' 시리즈의 잊혀진 시퀄일 수도 있다.
그러면 1편을 비롯해 앞으로 '호빗' 시리즈가 풀어야 할 '반지의 제왕' 수수께끼를 꼽아봤다. '호빗' 주인공이 '반지원정대'에도 나왔던 빌보(이안 홈. 젊은 시절 빌보 역은 마틴 프리먼)인 만큼 주로 '반지원정대' 사건사고, 상황, 정황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고, '호빗: 뜻밖의 여정'과 '반지의 제왕'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구체적 서술을 최소화했다.(그래도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골룸, 절대반지, 빌보 관련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은 '반지원정대' 영화 시작하자마자 빠른 편집 화면으로 설명된 골룸의 절대반지 습득과정. '반지원정대'에 따르면, 악의 화신 사우론이 절대반지를 만들어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 있었고 이 반지는 1대1 전투에서 곤도르의 왕자 이실두르(해리 싱클레어)에게 넘어간다. 이실두르가 검으로 사우론의 팔을 잘라버렸던 것. 그러나 이 절대반지 때문에 마음이 사악해진 이실두르는 반지도 잃고 자신의 목숨도 잃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강물에 빠진 절대반지를 수천년이 지나 손으로 집은 주인공이 바로 골룸(앤디 서키스)이었다!
하지만 영화상으로는 어떻게 골룸이 수천년 동안이나 강바닥에 처박혀 있던 절대반지를 움켜쥐게 됐는지가 전혀 설명이 안 돼 있다. 또한 골룸이 절대반지 '득템' 이후에도 무려 500년 동안이나 지하종족 고블린의 지하호수에서 살아야 했던 까닭도 명확하지가 않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빌보가 아무 설명 없이 이 절대반지를 줍는 장면이 스쳐가듯 나오는데, 반지 점유권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골룸에게서 빌보로 넘어갔는지도 '호빗' 시리즈에서 명확히 밝혀져야 할 대표 퍼즐이다.

빌보가 프로도에게 선물한 칼과 조끼의 정체, 득템 과정
'반지원정대' 초반 상황을 통해 관객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1) 60년전 평범한 호빗이었던 빌보가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런)와 함께 모험을 떠나 대단한 활약을 했다는 것, 2) 빌보가 습득한 절대반지를 여차저차 해서 조카인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에게 넘겼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영화 중반 돼서야 밝혀지는 사실이 있으니 그게 바로 칼과 조끼다.
상황은 이렇다. 여행을 떠나 엘론드(휴고 위빙) 성에서 머물고 있던 빌보가 조카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에게 칼과 조끼를 선물한다. 엘프가 만들었다는 이 칼은 적이 접근하면 파란 색으로 바뀌며, 조끼는 결국 목숨까지 잃을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프로도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면 빌보는 어떻게 해서 이 귀하디귀한 칼과 조끼를 얻게 됐을까. 도대체 60년전 빌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따지고 보면, 빌보가 스스로 떠난 여행의 종착지로 하필 엘론드 성을 택한 점, 수천년을 산 마법사 간달프가 어린 프로도를 보자마자 매우 친한 척을 한 점, 필시 60년전 빌보와 대단한 모험을 치렀을 간달프가 빌보가 절대반지로 장난치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란 점, 간달프가 하필이면 다른 날도 아닌 빌보의 111살 생일파티에 등장한 점도 궁금하다면 궁금하다.
간달프, 사루만, 골룸, 발로그 관련
'반지원정대' 편에서 간달프의 멘토 사루만(크리스토퍼 리)은 이미 악의 화신 사우론의 하수인이 돼 있었다. 간달프도 이런 사우론의 변모에 깜짝 놀라고 죽을 위기에까지 처한 것을 보면 사루만의 배반은 필시 무슨 곡절이 있었을 터. 더욱이 사루만이 사우론의 의지를 담은 군대까지 만드는 과정, 반지원정대의 속내와 동선까지 꿰뚫고 있는 것을 보면 '호빗' 시리즈에서 분명 엄청난 사단이 있었을 게 분명하다. 이 점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또한 목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 간달프를 살린 거대 독수리의 정체, 지하광산에서 간달프와 반지원정대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부친 괴수 발로그의 정체, 간달프가 느닷없이 "발로그는 불의 화신"이라며 그의 등장과 존재를 알아챈 배경과 둘의 인연, 간달프가 반지원정대 뒤를 골룸이 졸졸 따라다닌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한 까닭, 간달프가 '반지원정대'에선 회색 마법사로, '두개의 탑'과 '왕의 귀환'에서는 흰색 마법사로 나온 원초적 이유, 간달프와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의 관계가 묘한 이유 등도 피터 잭슨이 작정하고 이번 '호빗' 시리즈에서 밝혀야 할 대목이다.

기타
이번 '호빗: 뜻밖의 여정' 편에 보면 간달프가 갈라드리엘과 일종의 텔레파시(공명)로 교감을 나누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와 비슷한 대목이 '반지원정대'에도 나온다. 갈라드리엘을 처음 만난 프로도가 대번에 '공명' 체험을 한 것. 빌보와 프로도가 같은 호빗족에 삼촌에 조카라는 혈연, 60년전 모험 과정에서 생긴 어떤 사건 등의 결과이겠지만, 마법사도 아닌 일개 호빗인 프로도에게 어떻게 해서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보다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하광산에서 뛰쳐나온 거대한 괴물 트롤을 향해 간달프가 건넨 조롱의 의미, 반지원정대에 참여하게 된 메리와 피핀의 또 다른 사연 여부, 난쟁이 김리(존 라이스-데이비스)가 쌍 도끼를 휘두르며 기를 쓰고 반지원정대에 참여하게 된 사연, 아라곤(비고 모텐슨)이 유독 절대반지의 유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유, 골룸이 평소와는 다르게 화산에서 프로도 대신 죽음을 선택하게 된 까닭, 엘론드가 인간에서 마법사로 '레벨업' 된 과정 등도 '반지의 제왕' 팬들이 그 해법을 기다려온 퍼즐들 중 몇 조각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