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바덕후'(에반게리온 오타구)들이 기다려마지 않던 '에반게리온:Q'가 마침내 국내에 개봉한다.
'에반게리온:파' 이후 4년. 덕후들에겐 길고 길었던 시간이다. 성급한 이들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현지로 날아가 미리 관람하기도 했다.
17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에반게리온:Q'는 '파' 이후 14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다. '에반게리온' TV시리즈와 극장판을 섭렵했던 사람들에겐 익숙하지만 다른 이야기다.
달라졌지만 익숙하고 그리운 이야기. '에반게리온' 용어들과 'Q' 속에 새롭게 담겨진 용어들을 정리해 '에반게리온Q'를 소개한다. 스포일러가 잔뜩 담겨있다.
에바팬들이라면 익숙한 네르프. 에반게리온 기지이기도 한 네르프는 'Q'에선 산산조각이 나 있는 상태다. '에반게리온:파'에서 주인공 아키라 신지가 아야나미 레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서드 임팩트, 그러나 절반쯤 일어났기에 니어 서드임팩트라 불리는 대재앙이 벌어졌다. 그 뒤 14년이 흘러 지하에 숨겨져 있던 네르프의 천장이 뚫릴 만큼 큰 사건들이 일어났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시다시피 네르프는 독일어로 신경이란 뜻. 영혼이란 뜻의 제레 뜻을 받아 인류보완계획을 시도한다. 이번에도 그들은 인류보완계획을 위해 포스 임펙트를 계획한다.

'에반게리온:Q'에 새롭게 등장하는 반 네르프 조직 빌레. 빌레는 독일어로 의지를 뜻한다. 주인공 아키라 신지를 이끌던 마사토는 빌레의 일원으로 고래 모양의 전함 분더(독일어로 놀라움) 캡틴이 돼 네르프와 맞선다. 분더는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모태가 돼 하늘을 날며 신을 죽이는 무기로 사도와 대결을 벌인다.
'영혼'과 '신경'이 현생 인류를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인류보완계획을 벌인다면 니어 서드임팩트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계획을 막기 위해 '의지'를 갖고 싸운다는 이야기인 것. '에반게리온Q'가 과거와 가장 달라진 지점이다.
과거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어 했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달라진 걸까? '에반게리온:서'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을 때 내한한 스태프들은 "안노 감독이 부모가 되고 과거와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과거 버전과 '에반게리온:Q'는 주인공 아키라 신지와 인간형 사도인 카오루의 결말을 다르게 맺게 한다. 친구를 죽여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희생을 그린다. 달라진 지점이다.
이쯤에서 '에반게리온' 월드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태초에 아담과 릴리스가 있었다. 유대신화에 따르면 아담은 최초의 남성, 그리고 릴리스는 아담이 이브와 결혼하기 전에 먼저 얻었던 아내다. 유대신화는 아담과 이브 사이에서 인류가, 아담과 릴리스 사이에서 악마가 태어났다고 전한다.
'에반게리온'에선 아담과 릴리스는 우주를 떠돌며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무엇, 일종의 신이다. 지구에 도착한 아담은 사도를 낳으며 완전한 종을 만들려한다. 하지만 다른 별에 갔어야 할 릴리스가 지구 중력에 끌려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퍼스트 임팩트다.
아담의 후손들은 생명의 열매를 먹은 사도들이며, 릴리스의 후손들은 지혜를 먹은 인류들이다. '에반게리온'에서 카오루는 그래서 인류를 릴리스의 후예인 리린이라 부른다.

'에반게리온Q'에서 우주를 떠돌던 초호기와 신지를 구한 건 네르프가 아닌 빌레. 마사토를 비롯한 빌레 사람들은 신지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옛 버전에서 바뀌기 위해선 아버지 뜻이 아닌 스스로의 뜻으로 에반게리온을 타고 맞서라던 마사토는 이제 없다. 마사토는 신지에게 "네가 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이카리 신지가 다시 에반게리온을 탈 경우 전 인류를 말살해버릴 니어 서드임팩트의 후속 포스 임팩트가 벌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
신지는 아야나미 레이가 빌레를 공격해 자신을 찾자 네르프로 향한다. 아버지 겐도우 사령관은 여전히 신지에 차갑다. 그저 에반게리온을 타라고 할 뿐. 그에게는 여전히 죽은 아내만이 전부다. 신지는 아버지에 절망하고, 과거와 다른 레이에 당황한다. 그런 신지에 유일한 위안은 새롭게 찾은 친구 카오루.
신지와 카오루는 피아노를 함께 치면서 우정을 쌓는다. 우정보단 애정에 가깝다. 레이를 잃은 신지가 카오루와 연애하는 느낌? 아무튼 카오루는 신지 때문에 니어 서드임팩트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 신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초호기 코어라는 사실과 아야나미 레이가 자신의 어머니 클론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신지는 절망한다. 중2병의 원조격인 신지는 14년이 흘러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어린애다.
그런 신지에게 카오루는 에반게리온 13호를 같이 타고 릴리스 등에 박힌 두 자루의 창, 롱기누스의 창과 카시우스의 창을 빼면 세계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롱기누스와 카시우스도 유대 및 기독교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병사 이름이 카시우스 롱기누스이다.

신지는 창을 뽑으려 하고, 카오루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며 주저한다. 이 때 '에반게리온'의 헤로인 중에 헤로인 아스카와 '에반게리온:파'에서 등장한 신 캐릭터 마리가 각각 에반게리온 2호기와 8호기로 막아선다. 애꾸로 등장하는 아스카는 이번 '에반게리온Q'에선 열혈 주인공으로 맹활약을 펼친다.
이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신지는 두 창을 뽑아든다. 카오루의 불안한 예감처럼 이 창은 롱기누스와 카시우스 창이 아니라 둘 다 롱기누스 창이었다. 신지의 아버지 겐도우 사령관이 제레가 준비한 아담의 영혼인 카오루를 제거하기 위한 계략이었던 것. 사실 카오루는 첫 번째 사도가 아니라 13번째 사도였던 것.
결국 겐도우 사령관 뜻대로 포스 임팩트가 진행되고 인류보완계획이 발동하려 한다. 하지만 카오루는 자신을 희생해 포스 임팩트를 막아낸다.
살아남은 신지와 아스카, 레이 등은 희망을 찾아 떠난다. 안도 히데아키가 희망을 이야기하다니? 삶이 절망이라도 살아가라고 했던 안노가 달라졌다.
거대한 낚시, 강렬한 떡밥, '에반게리온'은 마지막 결을 남겨뒀다. '에반게리온Q' 엔드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에 여지없이 '결' 장면을 일부 공개한다.
이 떡밥의 끝은 어디인가? 궁금하다면 25일 메가박스로 달려가길. 국내 유일 개봉이다. '에반게리온Q'는 108분이었던 '파'보다 짧고 강렬하다. 러닝타임은 95분으로 짧아졌고 12세관람가보다 한 등급 높은 15세관람가.
p.s.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소름이 돋는다. 시사회가 끝나자 누군가는 내장이 녹아내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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