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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10代의 힘 재발견①

'은밀하게 위대하게' 10代의 힘 재발견①

발행 :

김현록 기자

[★리포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컷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컷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 2주차에도 저력을 발휘 중이다. 개봉 2주차 월요일이었던 지난 10일 하루 관객은 약 2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개봉 6일만에 누적 관객은 369만6060명에 이르렀다. 금주 중 400만 관객을 넘어 주말 5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게 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미 역대 최고 예매율(83%),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기록(49만명), 하루 최고 관객수 기록(91만9027명)을 갈아치웠다. 개봉 2주차 평일 첫날의 성적 역시 일요일이었던 하루 전 9일보다 70% 가량 관객이 급감했음에도 대단한 수치다. 월요일 관객은 원래 통상 이 수준으로 줄어드는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여전히 1000여개 극장을 확보하고 관객을 맞고 있다.


극장가는 웹툰 원작 꽃미남물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10대, 그 중에서도 여성들의 지지가 상당했다. 그 덕에 수치만 '핫' 한 게 아니라 상영되는 극장의 분위기도 '핫' 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상영되는 극장에 가면 10대 20대 관객들이 장면이 바뀔 때마다 탄성을 내지른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영화 '도둑들'로 2연타 홈런을 치며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수현이 가장 큰 이유다. 주인공 김수현이 상체를 드러내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순간엔 '꺄'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 반응에 웅성거리는 남성 관객들의 소리도 낮게 깔린다.


이같은 극장 분위기는 2004년 강동원 조한선을 주연으로 내세웠던 꽃미남물 '늑대의 유혹' 당시와 닮았다. 강동원이 우산을 들어 웃는 얼굴을 드러낼 때 여성 관객들이 팬미팅에라도 온 듯 비명을 질렀다. 당시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늑대의 유혹'은 200만 관객을 넘겼다. 10년 새 영화시장이 크게 확장됐던 점을 감안해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운 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10대 관객의 힘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수현이라는 핫한 스타가 캐스팅되기는 했으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설국열차', '미스터 고'를 비롯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대작들이 득시글거리는 올 여름 극장가의 대표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러나 개봉이 다가오면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젊은 층에게 인기 높은 원작을 바탕으로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 10대들이 주목하는 핫한 스타가 투입된 게 주효했다. 개봉과 함께 그 기대감이 폭발하듯 흥행으로 터졌다. 극장들도 앞다퉈 스크린을 열었다. 개봉 첫 주말, 무려 1300개 이상 스크린이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채워졌다.


사진='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사진='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모습은 개봉 초기 폭발적인 흥행 돌풍을 보여주는 할리우드 10대물을 닮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꽃미남 뱀파이어를 내세워 '트와일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트와일라잇'을 필두로 한 '이클립스', '뉴문', '브레이킹던' 파트1·2 등 10대 소녀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이 시리즈는 매 시리즈가 개봉할 때마다 북미 개봉 첫날 기록을 갈아치우곤 했다.


사람을 숙주로 삼은 기괴한 기생충을 내세워 지난해 400만 관객을 모은 '연가시' 역시 10대 관객이 사랑한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다. 웹툰과 괴담으로 10대 사이에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 꽃미남 10대물과 전혀 다른 장르지만, 마땅한 공포영화가 없던 지난 여름 시장, 공포영화 주요 소비층인 10대들이 극장으로 달려가면서 초반부터 무섭게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강렬한 묘사, 캐릭터, 이야기, 스타에 반응하는 10대들은 개성과 취향이 뚜렷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한다는 점이 여느 관객층과 다르다.


지난해 '연가시'의 경우 전개가 허술하다는 평가에도 꾸준히 관객을 모았다.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미소녀 벨라의 사랑이야기에 푹 빠진 '트와일러'들 역시 자신들이 사랑하는 이 시리즈가 그해 '최악의 영화'상을 휩쓸든 말든, 허술한 이야기와 뜬금없는 대사로 실소를 자아내든 말든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기록적인 흥행과 동시에 불거진 평단과 대중의 엇갈린 반응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평론가들은 젊은 10대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잡은 것이 분명한 영화의 만듦새와 이야기에 아쉬움을 표현한 반면 대중들은 배우들의 연기,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 단순명쾌한 이야기에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10대들은 관람 형태도 다르다. 친구, 동료와 함께 우르르 몰려 함께 영화를 즐기러 가는 모습도 보인다. 경제력이 없어도 부모 세대까지 극장으로 끌어 모으는 파워까지 지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경우 학생들의 단체관람, 부모 동반 관람이 줄을 잇고 있다.


'연가시'가 소 뒷걸음치듯 잡았던 여름 10대 관객을 정확히 조준해 사로잡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바람. 10대의 저력을 확인한 충무로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10대 타깃 공포물이 사라지다시피 한 뒤 이들을 노린 영화 시장이 사실상 없었다"면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을 보면서 10대 관객의 잠재력을 다들 새로이 깨달았다. 영리하게 기획해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치고 나갔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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