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좀비마니아 J씨가 말하는 '월드워Z' "씁쓸하구만"

좀비마니아 J씨가 말하는 '월드워Z' "씁쓸하구만"

발행 :

전형화 기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월드워Z' 스틸
'월드워Z' 스틸


바야흐로 좀비 열풍이다. 로맨틱좀비 영화 '웜바디스'가 3월 여심을 사로잡은 데 이어 6월에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월드워Z'가 350만명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역대 국내 좀비물 최고 흥행이다.


바이러스물도 넘실댄다. TV드라마로 '세계의 끝'과 '바이러스'가 나왔고, 8월에는 영화 '감기'가 개봉한다. 뭔가 불안하다. 좀비물과는 다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열광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미지의 공포로 세상이 종말을 고하는 이야기들.


대중문화 저변에는 사람들의 무의식이 담겨 있는 법, 뜬금없지만 좀비 마니아 J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월드워Z'를 봤냐며 의견을 교환하다 부슬부슬 비가 쏟아져 밤공기에 여름 냄새가 묻어나는 시간, J씨와 접촉했다.


J씨는 '월드워Z'가 자신에게 남다른 작품이라 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저자인 맥스 브룩스가 쓴 '세계 대전 Z'를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J씨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의 지침에 따라 현재 아파트 5층에서 살고 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따르면 좀비가 창궐할 때는 3층에서 5층 사이가 가장 안전하다. 너무 높으면 좀비가 들이닥칠 때 탈출하기가 어렵고, 너무 낮으면 좀비가 바로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J씨는 탈출용 로프는 구비하지 않았지만 만일을 대비해 집에 각종 통조림과 햇반 등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는 식량들을 대거 구비해 놨다. 최근에는 전투식량에 꽂혀 2~3년을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을 챙겨놓고 있는 중이다.


J씨는 "원래 '세계대전 Z'는 영화화하기가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며 "블록버스터로선 나쁘지 않았지만 뭐 원작과는 안드로메다 만큼 거리가 있는 영화"라며 말했다. 2부 3부로 탄 소맥(소주+맥주)을 홀짝이던 J씨는 "좀비물은 B급 컬쳐인데 메이저가 되니"라면서 "나만이 알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어느 날 화려하게 메이저로 데뷔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약간 취기가 오르기 시작한 J씨. '세계대전 Z'를 '머신건 프리처'를 연출한 마크 포스터가 하고, 브래드 피트가 하는 게 웬 말이냐고 한탄하기 시작했다. "우리 진성 좀비팬은 일단 좀비가 뛰기 시작할 때부터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J씨는 "조지 로메로 형님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만들었는데 말이지 그걸 다리오 아르젠토가 이탈리아로 가져가서 이탈리아에서 좀비물이 쏟아졌다"고 장광설을 늘어놨다. 서부극이 이탈리아로 넘어가서 '마카로니 웨스턴'이 나왔듯이 이탈리아로 가면 뭔가가 달라진다며.


"이탈리아랑 스페인에서 좀비물이 막 나왔는데 이때부터 좀비들이 달려요. 영국이나 미국영화에선 안 달리는데 일마들은 막 달려. 그래도 뭐 B급이니깐 이해는 해."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J씨는 "좀비가 뛸 때 마음이 아팠는데 '바탈리언'에서 머리를 부셔도 좀비가 안 죽어"라면서 "그러더니 '월드워Z'에선 무슨 몹(떼로 몰리는 몬스터를 뜻하는 은어)처럼 덤벼요"라고 말한다.


그러던 J씨, 목소리를 낮춰 "이거 아나. 좀비가 걷느냐 달리냐를 계급으로 나누기도 한다"며 술 한잔을 더 말아달라고 한다. 느릿느릿 걷는 좀비는 중산층, 떼로 달려드는 좀비는 무산계급이라는 것이다.


'월드워Z'에도 등장하지만 좀비물에 꼭 몰(대형마트)이 등장하는 건 사람들이 일상이 무너지는 걸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필수품도 구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J씨는 말한다. "로메로 형님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만들었을 때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뜻한다고들 했고, 흑인이 끝까지 살아남는 걸 놓고 계급의식의 반영 등 정말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원래 1968년에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사람들이 막 자살하고 그러지 않았냐. 좀비물이 메이저로 주목 받았을 땐 항상 그 시대 사람들의 공포를 반영했다. 요즘도 그런 거다. 기후변화,테러,바이러스,경제위기, 사람들이 언제 이 세상이 갑자기 끝날 지 모른다고 무의식적으로 위기를 느끼는 거다."


그러면서 J씨는 "그런데 그거 아나. 로메로 형님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만들었을 때 좀비들이 느릿느릿 걷는 건 돈이 없어서 그냥 동네 주민들을 배우로 써서 그런다. 연기를 못하니 그냥 걸으라고 한 거다"며 술을 마신다. "더 웃긴 건 흑인이 좀비무리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좀비로 오인돼 죽는 걸 놓고 계급 운운하는데 로메로 형님은 걍 글마가 연기를 제일 잘해서 끝까지 살려놓은 거라고 했다"고 한다. J씨, 술이 많이 취했다. J씨, 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혼자 산다. 밤마다 IPTV로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J씨는 "사람들은 좀비물이 요즘 다시 쏟아지는 걸 시대의 은유라고 하지만 난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는 걸 예언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뭔 소리냐,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J씨는 "봤구나"라며 "거기 보면 흉폭한 크로마뇽인이 선량한 네안데르탈인을 죽이고 현생인류의 시조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지 않냐. 좀비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J씨는 "'나는 전설이다'는 영화에선 마지막에 희망적으로 끝나지만 원래 원작은 그 사람이 현생인류의 마지막으로 죽으면서 자기가 전설로 남을 거라고 하는 거다"며 침을 튀겼다. 원래 좀비물에는 묵시록적인 함의가 담겼다며. 술을 그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씨는 하나자와 켄고의 '아이 앰 어 히어로'를 보면 "좀비들이 마지막 감정을 품고 살지 않냐"며 "좀비가 물면 바로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그래서 바이러스물과도 관련이 있는거다"며 술을 더 달라고 했다.


자신은 언젠가 좀비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는 J씨. "미국과 영국의 공인기관에서 좀비시대가 도래한다며 살아남는 방법을 발표했다"고 말한다. 이건 사실이기도 하다.


J씨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 J씨 아직 할 말이 많은 듯 아쉬워했다. 밖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조지 로메로의 "지옥에 시체가 넘쳐날 때 지상에서 시체들이 걷는다"는 말을 되새기며 J씨와 헤어졌다.


참고로 좀비 마니아 J씨는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다.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