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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고' 김희원을 아시나요? "매순간이 기회"(인터뷰)

'미스터고' 김희원을 아시나요? "매순간이 기회"(인터뷰)

발행 :

사진=이기범 기자

김희원이라고 하면 많이 모른다. '아저씨'의 나쁜 형이라고 하면 "아" 한다. '구가의서'에서 이승기 돕는 도사라고 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아직 이름 석자를 대중에 각인시키진 못했지만 김희원은 요즘 한국영화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230억원이 투입된 '미스터고'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 '우는 남자'에도 출연한다. '우는 남자'에 앞서 이종석, 박보영과 함께 '피 끓는 청춘'을 먼저 찍는다.


악역과 코미디를 오간다. 극과 극인 배역을 오갈 수 있는 건 김희원이 연기 폭이 넓다는 뜻이며, 악해도 밉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희원이 '미스터고'에서 맡은 역할이 딱 그렇다. 그는 어린 여자애한테 돈을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나쁜 놈으로 나온다. 그래도 검은 고릴라에 얻어맞고 징징 울어댄다.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한을 안다며 펑펑 운다. 김희원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상대로 코미디를 연기했고, 하지도 못하는 중국어로 감정을 표현했다.


몇 년 뒤면 관객들이 이름 석자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될 김희원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도 한도 많고, 배고픔도 컸다.


-71년생인데 연극배우로 먼저 출발했고, 서울예대는 29살인 1997년에 입학했는데.


▶88년 12월 그러니깐 고3 시절에 현대극단에 입단했다. 당시 학력고사를 보다가 2교시 끝나고 나왔다. 대학 갈수 있는 성적도 아니고. 그러다가 신문을 보니 고졸 이상을 받는 직장이 현대극단 밖에 없었다. 대학은 사실 결혼하려고 갔었다. 당시 사귀던 처자와 결혼하려면 그런 게 필요한가 싶었다. 극단에서도 연기는 머리에 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도 들었고. 그런데 막상 대학을 가보니 연기는 배워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더라.


-'1번가의 기적'으로 영화에 데뷔했는데.


▶당시 돈이 필요해서 출연했었다. 연극이 워낙 돈이 안되니깐.


-'실미도' 오디션에 합격했었는데 출연은 안했다. 당시 출연했다면 영화판에 좀 더 빨리 들어올 수도 있었을텐데 후회하지는 않나.


▶당시 5차까지 다 붙었다. '실미도' 오디션은 체력장 같았다. 달리기, 수영 등등을 봤었다. 5차에선 연기 테스트를 하더라. 그런데 3개월 동안 섬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시 연극을 하고 있어서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얼마나 많은 배우들이 영화에서 어느 날 사라지지 않나. 그저 매 순간이 기회이고, 기회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다.


-'아저씨'가 전기가 됐는데.


▶이정범 감독이 '거북이 달린다'를 보고 캐스팅했다더라. 김용화 감독은 '마이웨이' 촬영장에 왔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강제규 감독님에게 악역을 했는데 코믹한 모습도 잘 보인다고 했다고 하더라. 그 뒤에 '미스터고'에 캐스팅됐다.


-시쳇말로 나쁜 놈과 띨띨한 놈을 오가는 역할을 연이어 맡는다는 게 쉽지 않은데. 뽑는 사람이나 뽑힌 사람이나. 이번 영화에선 그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는데.


▶악당이라도 반드시 관객에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는 믿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안 보이는 고릴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꼭 있다고 믿어야 했고, 내가 중국어를 잘 하는지 의심이 가도 일단 믿어야 했다.


-중국 관객들 중에선 '미스터고'의 김희원을 보고 차태현이 왜 이렇게 망가졌냐고 했다던데.


▶여기서도 닮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쪽에도 계신가. 그럼 고맙다.


-나쁜 고릴라에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건 결국 주위에 있는 배우들의 리액션이 좋았기 때문인데.


▶단순해야 잘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선 복수심이 잘 보여야 한다는 게 명확한 목표였다. '아저씨' 때는 이 악당이 우리 앞집에 사는 것처럼 관객이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사실 '미스터고' 에필로그도 내 아이디어였다. 나쁜 고릴라를 내가 구해야 할 것 같았다. 원래는 중국이 탁구가 강하니 고릴라에게 탁구공을 주자고 아이디어를 냈었다.


-'우는 남자'에서 또 악역인데. 이미지가 소비된다는 생각은 없나.


▶'아저씨' 이후 많이 바빠지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화는 '마이웨이'와 '미스터고' 2편을 선보였을 뿐이다. TV드라마 '빛과 그림자' '구가의서'를 했었다. 영화는 이종석 박보영이 하는 '피 끓는 청춘'을 하고, 그 다음에 '우는 남자'를 한다. '피 끓는 청춘'에선 옥지영과 멜로도 한다.(웃음) 내가 어떤 색깔을 갖고 싶다고 해서 갖는 건 아닌 것 같다. 첫 번째 단추를 어떤 색깔 단추로 잠그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 색깔을 바꾸는 것도 배우들의 몫은 아닌 것 같다.

사진=이기범 기자

-극단에서 출발해 조연으로 영화판에 들어온 배우들은 주연을 향한 욕심이 있거나 조연자리를 굳건히 하려 하거나 하는데.


▶주연이라면 나 갖고 장사가 되겠나. 내가 욕심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라지는 조연들이 너무 많지 않나.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위치를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고민이 훨씬 많다. 그래서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 연극하는 후배들에게도 매 무대가 기회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하곤 한다.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치곤 한이나 오기 같은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이나 오기가 없어 보이면 다행이다. 엄청 많은데 잊고 산다. 한이나 오기가 동기가 되는 것 같진 않다. 그게 있다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매순간이 기회고, 또 겁이 나니깐 더 철저히 하려는 것 같다. 다만 연기할 때 아픔을 아는 게 더 좋은 것 같긴 하다.


-소속사도 계속 함께 하는 매니저와 같이 하는데.


▶여러 매니지먼트사에서 돈을 못 번다고 계속 잘렸었다. 그 때마다 우리 둘이 같이 쫓겨났다. 우리끼리 열심히 하자고 한다.


-정말 매순간이 기회였는데. '스카우트' 뒤로 1년 4개월 동안 일이 없었는데.


▶그 때는 우울증이 왔었다. 주로 산에 다녔었다. 일이 없는데 나이도 있으니 세차장 아르바이트 같은 걸 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스카우트'를 봤다며 '거북이 달린다' 출연 연락이 왔다.


-연극배우 치곤 술도 안 하는데.


▶연극할 때는 그래서 술도 못 먹는 놈이었다. 그 자리에 없으니 안되겠더라. 그래서 술은 못 먹어도 자리는 지키려 한다. 술을 먹고 친해지는 걸 못하니 그래서 섣불리 친하게 지내는 것도 잘 못한다. 그저 일로 신뢰를 쌓는 수 밖에 없겠더라. 연극할 때 어떤 선생님이 각자 자기 것을 잘해라, 그리고 섣불리 남들 디렉팅하지 말라고 하셨다. 인생의 모토가 됐다. 각자 일을 잘 하는 게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한다.


-'미스터고'에 투자한 중국 화이브라더스에서 다른 사람들은 중국에서 상영할 때 다 더빙을 해도 김희원 목소리는 살리고 싶어했다던데.


▶후시녹음을 세 번 해서 중국쪽에 보냈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현지 발음과 다르다며 더빙을 해야한다고 연락이 왔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다도시가 10년 넘게 한국에 살아서 한국말을 아주 잘 하지만 그래도 원어민 같지는 않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1년 6개월 동안 중국말을 연습했지만 그래도 어색할 수 밖에 없다. 연기를 하면서도 매일 불안했다. 중국말로 내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여자친구가 있는데 결혼은 언제쯤.


▶아직 생각은 없다. 일반인이고, 한 7개월쯤 만났다. 예전에는 너무 돈이 없어서 누군가를 사귄다는 걸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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