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관객 2억 명 시대를 연 2013년, 대기록 달성에는 한국영화의 공이 컸다. 1280만 명을 동원한 '7번방의 선물'부터 '관상' '설국열차' '베를린' 등은 물론 소탄탄한 허리가 된 흥행작들, 그리고 소소하게 상영했지만 의미가 있었던 작품들이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한 해를 결산하는 12월, 스타뉴스가 올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부문별 최고들을 선정했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은? 극장에서 봤던 그때 그 장면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다.
◆ 올해의 몸값
올해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 주연배우, 송강호? 김윤석? 하정우? 모두 아니다. 올해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스터고'의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풀 3D로 제작된 '미스터고'는 총 제작비 약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 이 중 링링을 구현하는데120억 원이 들었다. 털 한 올 한 올, 얼굴주름 하나까지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링링. 기술면에서 성과는 있었지만 흥행은 다소 아쉽다.
◆ 올해의 유행어
지난 해 전지현의 찰진 욕 "어마~어마한 쌍X"이 모두의 입에 착 붙었다면 올해 극장가를 강타한 말은 '브라더'다. '신세계'에서 곱슬머리에 잠자리 선글라스를 쓰고 슬리퍼를 신은 황정민의 압도적인 비주얼에 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어이~X바, 브라더!"는 관객의 뇌리에 제대로 박혀버렸다. 초반에는 웃음을 주던 브라더가 후반부에는 슬픔을 몰고 오는 대사가 되기도 했다.
'7번방의 선물'의 용구, 류승룡의 '예승이' 시리즈도 만만지 않은 후보였다. "예승이 예뻐" "예승이 콩 먹어, 콩" 등 어눌한 말투로 오매불망 딸 예승이만 부르는 용구 덕에 영화 속 갈소원의 이름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 올해의 다작왕
올해 스크린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었던 다작왕. 누가 뭐래도 마동석이다. 지난 2012년 촬영한 '공정사회' '감기' 등이 모두 올해 개봉하며 마동석은 특별출연 포함 총 10편의 영화에서 관객을 만났다.
캐릭터도 다양했다. '공정사회'에서는 형사, '뜨거운 안녕'에서는 시한부 환자, '노리개'에서는 열혈 기자, '감기'에서는 전직 군인, '더 파이브'에서는 주먹께나 쓰던 남자, '결혼전야'에서는 순정파 꽃집 사장으로 분했다.
◆ 올해의 히트상품
올 상반기 최고의 스크린 히트상품은 단연 '베를린'의 전지현 트렌치코트다. 품절을 몰고 다니는 전지현이 영화에서 줄곧 입고 있는 회색빛 트렌치 코트는 심플한 디자인과 딱 떨어지는 라인으로 여성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품절은 당연지사, 이를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반기 히트상품은 양갱이 아닐까.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음식인 단백질블록과 흡사한 모양과 질감을 가진 덕에 '설국열차'를 보던 관객들은 모두 '양갱'을 떠올렸다. 영화 개봉 후 '설국열차'의 패러디 물에 양갱을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일부 극장에서는 '설국열차' 상영에 맞춰 실제로 매점에서 양갱을 판매하기도 했다.
◆ 올해의 섹시왕
올해의 섹시왕 타이틀은 자칭 타칭 에로 거장 봉만대 감독의 '아티스트 봉만대'에게 주고 싶다. 에로 영화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재치 있게 담은 '아티스트 봉만대'는 봉만대 감독의 에로관을 총집결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담백하게 연출된 정사신보다 화제를 모았던 것은 손 하나로 시선을 잡은 성은의 노출신. 최대한 아름답고 농염하게 화면을 채우려는 봉만대 감독의 연출의도가 모두 담긴 한 신이었다.
◆ 올해의 춤사위
'건축학개론'에서 능청맞은 납뜩이 역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정석. 그의 춤사위는 '관상'에서도 빛났다. 한양에서 벌어진 술판에서 선보이는 그의 춤은 사극의 '덩실덩실'한 춤들과는 달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치 팝핀을 하듯 동작을 끊는 조정석의 음주 댄스에 '조선 팝핀' '조선 각기'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 올해의 숨은 공신
한 시간 반 동안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지만 정작 스크린에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못했던 배우가 있다. 바로 '더 테러 라이브'에서 테러범의 목소리를 연기한 김대명이다. 영화 개봉 후에도 그는 철저히 자신이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숨겨야했다. 물론 엔딩크레딧을 통해 그의 이름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이를 유심히 보지 않은 관객들 사이에서는 송새벽이냐, 류덕환이냐 추측이 난무했다.
◆ 올해의 복근왕
이제 남배우의 상의탈의는 필수 코스가 된 것 같다. 올해 스크린에서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스파이'의 다니엘 헤니, '용의자'의 공유, '노브레싱'의 서인국 등 많은 미남 배우들이 초콜릿 복근을 공개했다.
어느 부문보다 쟁쟁했던 올해의 복근왕, 화제성과 관객 반응을 종합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을 선정했다. 물구나무 선 채 두 팔로만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은 절로 환호를 뱉었다. 물론 다리를 들어 올린 것은 장치의 힘을 빌렸지만 뚝뚝 떨어지는 땀과 깊은 밤 홀로 운동을 하고 있는 설정은 그의 근육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안이슬 기자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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