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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변호인' 사실과 허구..영화는 영화다④

800만 '변호인' 사실과 허구..영화는 영화다④

발행 :

전형화 기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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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감독의 영화 '변호인'이 800만명을 넘어서며 2014년 첫 천만영화 고지로 달려가고 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잘 나가던 세금 전문 변호사가 단골 국밥집 아들이 터무니없는 공안사건에 휘말리자 변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알려졌다시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쪽에선 열렬한 지지를, 다른 쪽에선 엄청난 반대를 하고 있다. 누구는 전기 영화로 받아들이고, 누구는 위인전이라 비꼰다. '변호인'은 잘 각색된 상업영화다. 사실과 허구를 영화적으로 각색했다. '변호인' 제작진 인터뷰와 부림사건 관련 자료,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등을 바탕으로 영화 속 사실과 허구를 하나씩 짚어봤다. 영화는 영화다.


◆송우석 변호사(송강호)가 국밥집에서 밥을 먹다가 돈이 없어서 도망친 장면: 고 노무현 대통령은 실제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밥값이 없어 몰래 도망친 적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밀린 밥값 2000원을 갚지 못하고 몰래 집으로 도망쳐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를 회고하며 "울산역 플랫폼에서 누가 뒷꼭지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막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그 빚을 갚았다고 썼다


◆단골 국밥집 아들이 공안사건에 휘말려 부림사건 변호를 맡았다: 사실이 포함된 허구.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단골 국밥집 아들 때문에 부림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건 상상력의 산물이다. 다만 현실과 적절하게 연결돼 극적으로 재구성됐다. 당시 부림사건은 영화 속 모습처럼 대다수 변호사들이 맡기 꺼려했다. 부산을 대표하던 인권변호사였던 고 김광일 변호사는 부림사건 당사자로 지목돼 변호를 맡을 수 없는 처지였고, 아는 변호사들에게 부림사건 관련 학생들 변호를 요청했다. 노무현 변호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시절 김광일 변호사 사무실에서 3개월간 시보교육을 받은 인연이 있다. 영화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 개업 당시 김광일 변호사에게 돈을 빌려 개업을 했다. 김광일 변호사는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부림사건과 관련해 무료 변론을 해봐야 별로 고마워하지 않더라며 달가워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열심히 했다고 회고했다.


◆건설했던 아파트에 절대 포기하지 말자를 새긴 장면: 허구. 극적 장치를 위해 만들었다.


◆2인승 요트: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잘 나가던 변호사 시절 요트를 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두고두고 따라다녔던 호화요트 논란은 영화 속에서 송우석 변호사 입을 통해 그대로 소개된다.


◆송우석 변호사가 피고인 접견 도중 진우(임시완) 몸에 있는 고문 흔적을 보고 흥분하는 장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등에 따르면 사실이다. 당시 노무현 변호사는 부림 사건의 내용이나 성격을 파악하기는커녕 시국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피고인 접견을 갔다가 얼마나 고문을 받았는지 초췌한 몰골을 한 청년들을 보고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졌다고 술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사실과 법리를 따지기도 전에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것만은 세상에 꼭 폭로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져먹고 변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밥집 아줌마가 아들이 죽었을까봐 영도다리까지 찾아 헤맸던 이야기: 사실이다. '운명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등에 따르면 62일 동안 불법구금된 청년 송병곤의 어머니가 아들의 소식을 알 수 없자 3.15 부정선거 규탄시위 참가했다가 최루탄이 얼굴에 받혀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던 김주열을 떠올리며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겠다며 영도다리 아래, 동래산성 풀밭까지 실성한 사람처럼 찾아다녔다. 그 어머니는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아들이 아닐까 가슴을 졸이며 뛰어갔다. 노무현 변호사는 영화 내용처럼 당시 변론에서 그 어머니 심경을 토로해 방청석을 울음바다로 만들었었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관련해 영국대사관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장면: 사실과 허구가 같이 담겨 있다. 당시 검찰이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읽었다고 제출한 불온서적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조지프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염홍철의 '제3세계와 종속이론', '해방 전후사의 인식' 등이었다. '변호인' 제작진에 따르면 노무현 변호사가 E.H 카에 대해 영국대사관에 확인을 요청해서 재판부에 문서로 제출한 건 부림사건이 아니라 다른 재판이다.


◆군의관 윤과장의 증언: 다른 사실을 차용해서 만든 허구다. 제작진에 따르면 부림사건에서 고문 피해자 치료를 해준 군의관의 증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1992년 군대 내 부정선거에 대해 양심선언을 했던 이지문 중위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영화에 첨가했다.


◆송우석 변호사가 박종철 추모대회에 참가했다가 구속된 이야기: 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987년 2월7일 박종철 추모대회에서 경찰에 연행된 것은 맞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전경들 앞에 앉아 있는 사진은 영화 속에서 그대로 사용됐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이 사건이 아닌 1987년 대우조선 노동열사 장례식에 참가했다가 제3자 개입으로 구속됐었다. '변호인' 마지막 장면은 그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영화 속에서 부산 주재 변호사 99명이 송우석 변호사의 변호인을 자처했다는 것은 사실과 허구가 담겨있다. 당시 부산 주재 대다수 변호사가 변호를 자처한 건 맞지만 99명이라는 숫자는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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